인문학이 자포자기의 끄트머리에 서 있던 노숙인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성인 남성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 마을(시설장 이향배 수녀)은 3월 14일 인문도서관 ‘소담재’(笑談齋)를 개관했다. 도서관 소장도서는 사랑과 치유의 인문대학 학장인 김경집 교수와 한국영성철학연구회가 기증한 1만 여권이다.
은평의 마을이 인문도서관을 마련한 계기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하반기 인문학 강좌를 진행한 바 있는 은평의 마을은 생활인들이 보인 인문학에 대한 열의, 그에 이어진 큰 변화에 놀랐다. 많은 생활인들이 늦은 밤까지 휴게실에서 책을 읽었고, 특별히 마련한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예기치 못했던 열의가 ‘소담재’로 이어졌다. 은평의 마을 생활인들은 도서관 개관 전부터 큰 기대감과 관심을 보였다. 소장도서에 대한 문의가 넘쳐났다. 자립의 의지를 불태우는 생활인들의 적극성이 도서관 개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장선화 주임은 “인문강좌로 자기 회복, 주체성 확립의 계기를 마련한 생활인들이 인문도서관에서 자립 의지를 키워가고 있다"며 “이들이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자포자기에서 벗어나고 조건과 환경의 한계를 뛰어 넘어 자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평의 마을은 인문도서관을 거점으로, 지역주민들과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2차 도서관 설립을 추진한다. 인문학과 친근해진 생활인들을 도서관 사서로 활용해, 생활인 스스로의 자존감 향상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의식변화를 꾀한다.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 진료시설 요셉의원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요셉의원은 노숙인들에게 육체적인 치료는 물론 자립 의지를 키워주기 위해서 2013년 7월 도서관을 마련했다. 종교서적, 소설 등 2000여 권을 소장한 도서관은 건물 4층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공간 중 하나이다. 지난해 말 현재 1800여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독서를 치료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요셉의원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노숙인들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도서관에 빵과 음료를 구비해 놓았고, 도서관 바로 옆에 쉼터를 마련해 편안하기 쉴 수 있도록 했다.
한동호 사무국장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면서 “노숙인들이 지속적으로 인문학을 비롯한 책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중장기적인 자활 치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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