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KOREA 프란치스코 메시지 / 230쪽 / 1만2000원 / 하양인
“한국교회는 그리스도교 가치를 찾아내고 품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너무 귀해서인지 포장지를 뜯지도 않은 채 고이 모셔놓고만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은 이미 아득한 역사적 사건이 돼버렸다. 교황 방한이 여전히 한국교회에 진한 여운으로 남아있음에도, 현재에 비추어 그날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은 ‘나와 관계없는’ 현대사의 파편으로 화석화되기 직전이다.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총장)가 ‘그날’의 감동을 다시 살려냈다. 곽 신부가 펴낸 「2014 KOREA 프란치스코 메시지」는 방한기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사제가 재해석한 메시지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면목을 알려주는 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마디로 영성가입니다. 따라서 영성적 관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죠. 예컨대 ‘한국 사람들은 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열광할까’라는 현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멀리서 봤을 땐 웃고 환호합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울음을 터뜨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소식을 들은 곽 신부는 처음부터 교황의 방한 이후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교황 방한에 즈음해 국내 출판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쏟아냈지만, 한국 방문 그 자체에 중점을 둔 책은 없었다. 곽 신부는 방한기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충실히 좇는 가운데 신앙의 관점에서 독자들이 소화할 수 있는 메시지로 되살려냈다.
모든 이들과 감동적으로 소통하는 언행,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다정히 내미는 손, 주교들을 비롯한 성직자·수도자들에게 따끔하게 정곡을 찌르는 충고 등 한 사제의 눈에 비친 다양한 장면들은 우리네 삶과 맞닿은 아름다운 메시지로 다가온다. 무의식적으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그리스도교적 가치들을 기억의 창고에서 가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과 행보에 접목시킨 셈이다. 곽 신부는 ‘가난한 교회되기’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우리는 기도와 묵상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가치를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가난한 교회’란 물리적으로 모두가 가난해지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통해 그리스도교 가치를 배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우리 스스로가 해볼 수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곽 신부의 실천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사제이자 교육자라는 ‘삶의 자리’(Sitz im Leben)에서 우선 눈치 보지 않고 첫걸음을 뗀 것이다. 곽 신부는 또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도록 권한다.
“우리는 눈치를 보다가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움직일 때입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응급환자들에게 달려가는 야전병원의 구급차는 속도를 내고 달려야 합니다. 환자의 생명은 분초를 다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 즉시 달려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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