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9시30분 교구청 주차장. 교구청 남직원 전원이 파란 컨테이너를 향했다. 컨테이너에는 솔웨지 교구(Diocese of Solwezi)와 수원교구의 이름이 크게 적혀있다. 바로 아프리카 잠비아 솔웨지 교구(Diocese of Solwezi)의 선교지로 후원물품을 보낼 컨테이너다. 오늘은 잠비아로 보낼 첫 컨테이너에 짐을 싣는 날이다.
주차장에 팻말이 세워졌다. 이내 물품분류를 적은 팻말 앞에 물품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언뜻 경제적으로 어려운 선교지에 보내는 후원이라 하면 식자재나 의료품, 생필품 등이 떠오른다. 1960~70년대 우리나라를 찾은 선교사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밀가루나 음식, 약품 등을 주며 가난한 이들을 보살폈던 기억에서다. 하지만 잠비아행 컨테이너에 실리는 물건은 사뭇 다르다. 식자재보다는 사무용품, 스포츠용품, 음악용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품이 실린다.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물품을 중심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에 실린 물건에는 학용품이 많았다. 필기구와 공책 등의 문구류에서부터 영어교재, 칠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잠비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한 교실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칠판도 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교과서도 부족해 학생들은 공책만 들고 다니는 실정이다. 이번 컨테이너가 도착하면 선교지를 중심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학습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어디선가 “댕”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난 곳을 향하니 커다랗고 낡은 종이 있었다. 종을 옮기다 부딛혀 난 소리였다. 이 종은 1938년 건설된 평택대리구 서정동본당의 옛 성전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본당은 역사 자료로 보존하던 종을 기꺼이 잠비아 성당을 위해 기증했다. 서정동본당 외에도 많은 본당과 사람들이 십자가의 길, 복사복 등 잠비아 성당에 쓰일 물건을 보냈다.
분류가 끝나자 후원 물품들을 상자에 채우기 시작했다. 컨테이너에 보낼 물건은 바로 컨테이너에 쌓지 않고 먼저 컨테이너 내부 크기에 맞춰 제작된 나무상자에 넣어 밀봉한다. 상자를 사용하면 효율적으로 물건을 적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컨테이너에 실리는 물건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일사불란했다. 2008년부터 30여 대의 컨테이너를 보내온 경력에서 온 노하우 덕분이다. 각 후원물품에는 색 테이프를 붙여 분류를 바로 알 수 있게 했고, 무거운 물건에서 가벼운 물건, 큰 물건에서 작은 물건 순으로 상자들이 빠르게 채워졌다. 2008년에는 온종일 걸리던 작업이 이번에는 5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 채웠어? (옷들) 더 집어넣어! 신부님이 고아들 나눠주신다고 했어!”
상자가 거의 채워지자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소순환(아우구스티노) 과장이 직원들에게 외쳤다. 컨테이너에는 빈틈이 없다. 직원들이 컨테이너에 빈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물품을 적재하고, 그러고도 남은 공간에는 옷가지들을 빼곡하게 채워 넣기 때문이다. 옷들은 운송 중에는 물품들이 파손되지 않는 역할을 하고, 도착하면 잠비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오후 2시 경 마지막 나무상자를 컨테이너에 싣고 작업이 종료됐다. 작업 마지막에는 작은 전달식이 열렸다. 복음화국이 컨테이너 운송을 맡은 유니글로벌 로지스텍스 임중윤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하는 자리다. 임 대표는 남수단과 잠비아를 위한 컨테이너 운송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도움을 줘왔고, 비신자임에도 5년 동안 끊임없이 남수단선교후원금을 전해왔다.
이날 컨테이너 포장작업 현장에 줄곧 함께한 교구 복음화국장 이근덕 신부는 “컨테이너에는 주로 성당을 위한 후원물품과 교육·의료 용품이 실렸다”면서 “이 컨테이너에 실린 물건들이 잠비아에 잘 전달돼 잠비아 아이들이 성당과 학교에서 배우고 먹으며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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