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마을 근처에 이동통신 중계탑이 세워진 후 통신 네트워크가 갖추어지면서 이곳 아강그리알에도 미사 중에 핸드폰 벨이 울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미사 중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주일 미사 중에 세 번이나 벨이 울렸습니다. 그것도 일반벨소리가 아닌 요란한 아프리카 대중가요가 미사 중에 성당에서 울려퍼진 것입니다. 정작 휴대폰 벨이 울린 당사자들과 신자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저는 그러한 분위기가 더 신경 쓰였습니다. ‘이러한 일이 당연한 일이 되어서는 안되는데… 이제는 매 주 미사 전에 휴대폰을 꺼두라는 공지를 미리 해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면서 삶의 편의성은 향상되었지만 의식수준은 아직 그에 못미치기에 교육이 필요합니다.
신석기시대와도 같은 삶을 사는 이곳사람들에게 전기공급보다도 휴대폰이 먼저 보급되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휴대폰을 충전하려면 4시간을 걸어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휴대폰을 너나 할 것 없이 소유하려고 하는 것도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제가 휴대폰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나라에서 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키우던 닭을 들고 와서, 때로는 만원 상당의 남수단 돈을 가지고 와서 혹시 한국에 갈 일이 생기면 휴대폰을 사다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그들의 집안형편을 아는 저는 이럴땐 정말 호되게 꾸짖어 돌려보냅니다. 늘 배고프다고 살기 힘들다고 찾아와 하소연하면서 휴대폰에 욕심을 내다니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닌, 그저 소를 키우고 사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정말 배가 고프지 않거나, 아니면 배고픔을 감수하면서도 핸드폰을 소유하고 싶은 열망이 대단한가봅니다.
불편함을 모르고 오랜 시간동안 단순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왔던 이곳 사람들에게 과연 변화가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습니다. 가난하긴 해도 소외된 이웃 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 사람들이 앞으로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 그대로 살아가도록 지켜주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시대변화와 현대문물의 유입은 막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주로 저렴한 2G폰을 들고 다니지만 이미 모바일 인터넷서비스도 시작되었다고 하니, 아마도 몇 년 뒤에는 이곳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들여다보면서 길을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콜라병을 들고 다니는 부시맨을 연상하지 마세요. 아프리카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답니다.
▲ 아강그리알 너머로 이동통신 중계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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