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교구장님께 앨범 내는 것을 허락받으러 가서 딱 저 말씀만 드렸어요.”
‘그리스도의 승리(Christus Vincit)’라는 제목의 성가 앨범을 낸 구산본당 주임 황용구 신부. 황 신부는 무엇을 감사드리고 싶었던 것일까.
“제가 이곳 구산본당으로 발령받은 것이 너무도 감사해요. 우리본당이 1836년 구산공소로 출범했는데, 이는 약현공소보다 50년이나 빠른 거죠. 아름답고 의미있는 이곳에 저를 보내주신 주님께 감사드려요.”
2011년 구산본당으로 부임한 황 신부는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재개발로 인해 집들이 하나씩 사라져 본당 주변은 허허벌판이 됐고, 신자들은 떠나갔다. 본당 건물과 부지도 옮겨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평일 저녁미사 때 할머니 한 분만이 앉아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본당의 역사를 알게 되고, 신자들도 조금씩 늘어나자 황 신부의 마음에 감사와 기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빌라도 집안의 사람이라 할 수 있어요. 저의 외가가 뼈대 있는 풍양 조씨거든요. 박해를 하던 집안 후손이 신자가 되고, 그 외손자가 사제가 됐으니 이것 또한 주님 은총의 신비이자 제가 감사드려야 할 일임이 분명하죠.”
성가는 황 신부에게 ‘구원의 동아줄’과 같은 역할을 했다. 신학교 시절 성격을 바꾸라는 교수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던 그를 이끌어 준 것도 성가였고, 구산본당 부임 후 힘들어하던 그에게 힘을 주던 것도 성가였다.
그 성가를 통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앨범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본당 사목에 보탤 계획이다.
“성음악을 하시는 선배 사제들을 존경하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분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 그분들과 함께 성가를 부르고 싶어요. 함께 주님께 감사드린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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