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은 떡볶이, 순대와 더불어 행인의 군침이 돌게 하는 대표적인 분식 중 하나다. 길거리 포장마차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튀김은 흔히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인지 ‘덴푸라’(天ぷら)라는 일본식 이름도 낯설지 않다.
사실 ‘덴푸라’는 라틴어 ‘콰트오르 템포라’(quatuor tempora)에서 온 말이다. 그것도 음식이름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계절’이라는 뜻이다. 해산물이나 채소를 튀긴 음식이 사계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유는 금육을 지키던 교회문화 때문이다.
일본이 1570년대 나가사키를 시작으로 서양과 교류를 시작하자 예수회 소속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일본에서 활동했다. 선교사들은 금육을 지키기 위해 고기 대신 새우나 생선을 튀겨먹곤 했다. 당시 일본에는 기름에 튀긴 음식 자체가 드물어 선교사들이 먹는 이 튀긴 음식은 일본인 사이에서 관심사였다. 일본인들이 음식의 정체를 묻자 선교사들은 음식 설명과 더불어 ‘사계의 재(齋)’에 관해 설명했다.
사계의 재는 매 계절마다 각각 3일씩 속죄하는 마음으로 단식과 금육을 지키며 기도하던 때를 말한다. 겨울에는 대림 제3주간, 봄에는 사순 제1주간, 여름에는 성령 강림 대축일, 가을에는 십자가 현양 축일(9월 14일)을 전후로 수·금·토요일에 지켰다. 수요일은 예수의 체포됨을, 금요일은 예수의 죽음을, 토요일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 기쁨 사이의 날을 기억하는 의미다. 중세시대에는 이 날 평소보다 많이 봉헌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줬으며, 죽은 이를 추모했다.
일본인들은 사계의 재를 일컫는 ‘콰트오르 템포라’의 ‘템포라’라는 말에서 튀김을 ‘덴푸라’라고 불렀다. 이후 ‘덴푸라’는 일본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아 고급음식으로 여겨지다 1700년대 후반부터는 길거리에서도 먹을 정도로 널리 퍼졌다.
서방교회를 중심으로 널리 지켜지던 사계의 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폐지됐다. 하지만 사계의 재의 단식이 대재(大齋)로, 금육이 소재(小齋) 형태로 남아 각국 주교회의가 정하는 특별한 때에 지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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