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월간문학서 등단
어린이에게 꿈·희망 주고
어른에겐 생각거리 제시
은퇴 후 첫 작품으로 수상
“전 세대 책 나눔공간 계획”
▲ 김원석 아동문학가는 1947년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태어났으며, 수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가톨릭출판사 편집부장, 월간 「소년」주간, 평화방송·평화신문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1975년 「월간문학」 아동문학 부문 신인상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동요·동시집 「초록빛 바람」, 「예솔아」, 「꽃바람」, 「바보천사」, 「똥배」 등, 동화집 「대통령의 눈물」, 「아름다운 바보」, 「나는 밥이 되고 싶습니다」, 「빨간 고양이 짱」, 「깨비 깨비 아기 도깨비」 등을 선보여 왔다.
한국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동시 「예솔아(작곡 이규대)」로 유럽방송연맹 은상, 소천아동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한국문화예술상 대상, 대한민국동요 대상(작사 부문)을 받았다.
한국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동시 「예솔아(작곡 이규대)」로 유럽방송연맹 은상, 소천아동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 한국문화예술상 대상, 대한민국동요 대상(작사 부문)을 받았다.
가톨릭문학상 아동문학부문 수상자 김원석(대건안드레아·69·서울 구로2동본당) 아동문학가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집필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예솔아’(이규대, 이자람 노래), ‘바보천사’(장사익 노래) 등 동시 작가로도 유명한 김씨는 어려서부터 아동문학가를 꿈꿔왔다. 중학생 때 헌책방에서 어효선 시집 「봄이 오는 소리」를 읽고 흉내 내면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짧은 동시에서 다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은 동화로 이어졌다.
1975년 「월간문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아동문학가로 활동해 온 그는 “아동문학은 저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동화는 제가 부족할 때 저를 채워주고, 제가 넘칠 때는 저를 덜어줍니다. 가톨릭문학상 수상도 은퇴 후 제가 부족하다 싶으니 그분께서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김씨의 작품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없다.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게는 현 시대를 돌아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는 작품 소재를 일상생활에서 얻기 때문이다.
예컨대 「새 닭이 된 헌 닭」은 어느 동네에서 폐계(廢鷄, 산란을 끝낸 닭) 파는 차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작가는 폐계 모습에서 은퇴를 앞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폐계에게도 다시 희망을 주자는 뜻에서 작품을 집필한 것이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그는 “좋아서 쓰는 거라 어려운 점은 없지만 가끔 글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는 있다”고 밝혔다. 그럴 때마다 김씨는 기도한다고 했다. 식후기도 앞머리 ‘주님 저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라고 기도하면 잘 안 풀리던 것도 술술 해결된다고 전했다.
김씨는 원래 감리교 신자였다. 가톨릭출판사 출판부장(1977~1989년)을 역임하면서 1984년 서울대교구 오지영 신부에게 세례를 받았다.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덕분이다.
“바티칸공의회 문헌에서 ‘하느님을 믿지 않는 모든 사람들도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천국을 못가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이 내용을 보고 마음을 놓게 됐고, 천주교를 믿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씨에게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작은 도서관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늘 어린이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어떻게 환원해줄 수 있는지 고민하다 갖게 된 꿈입니다. 어린이서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함께 책을 보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김신혜 기자>
■ 수상작 새 닭이 된 헌 닭(김원석 지음/ 75쪽/ 1만 원/ 책내음)
소외된 존재에 기적 가져다준 ‘우리’의 힘
김원석(대건 안드레아) 아동문학가의 장편동화. 알을 낳지 못해 ‘폐계’(廢鷄)가 된 닭이 ‘헌 닭’에서 ‘새 닭’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할아버지의 삼계탕감으로 헐값에 팔려온 폐계는 함께 온 친구가 먼저 죽는 장면을 목격하고, 닭장 안에서 따돌림을 받는다
양계장에서 접할 수 없었던 흙 내음, 전등불 없는 깜깜한 밤, 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달의 존재를 깨달은 폐계는 아픔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폐계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던 수탉이 ‘우리’라고 부르며 한 가족으로 받아주자 다른 닭들도 폐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볼품없던 헌 닭은 뽀송뽀송한 새 닭으로 변모한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쓰레기가 된 고물도 그에 걸맞는 쓰임새를 찾는다면 번듯한 보물이 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림작가 신영훈의 섬세한 색감의 삽화가 함께 실려 읽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김근영 기자>
■ 심사평 / 문삼석 아동문학가
“고물도 보물 될 수 있다”
▲ 문삼석 아동문학가
암탉은 일반적으로 알을 낳고 병아리를 까 키우거나, 아니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삼계탕 등의 요릿감으로 쓰일 수 있어야 제 구실을 하는 가축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산란을 못한다거나 또는 육용으로서의 용도가 없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버려지기 마련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암탉 또한 대규모 양계장에서 오랫동안 산란용으로 사육되다가, 열악한 환경 탓으로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되자 어느 할아버지의 삼계탕용으로 팔려나온 폐계이다.
그런데, 그 전에 살던 양계장과는 달리 조그만 시골 닭 우리에서 토종닭들과 함께 기거하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폐계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맨땅에 세워진 우리 안에서 토종닭들과 함께 풋풋한 자연산 사료를 섭취하던 폐계가 다시 암탉의 존재 이유, 즉 산란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간 꿈에서나 그려볼 뿐이었던 병아리 사육의 기쁨까지 누리게 된 것이다. 버려졌던 헌 닭이 다시 떳떳한 새 닭으로 거듭난 기적이 이루어진 것이다.
작자는 후기에서 고물은 보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겉으로 보아 그 쓰임이 줄거나 멈췄다고 해서 함부로 버리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아주 단순한 이해관계나 헛된 욕망으로 인해 매우 가볍게 취사선택되어지는 사물이나 사상들이 참으로 많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경박하고 신중하지 못한 세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줄거리가 단순하기 때문에 주제 의식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아울러 무리 없는 구성과 평이한 서술은 단순·간결·명쾌성을 지향하는 아동문학의 본질에도 잘 부합되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 작품을 통해 버려진 암탉이 새로운 닭으로 변신한 의외의 결과에 대해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또한 어른들에게는 요즘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는 노령사회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유의 단초를 제공해 줄 것으로 믿는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끈을 찾게 해 준 작자에게 감사하면서 수상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