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성에 관한 문제들의 바탕에는, 많은 경우 자유와 자기결정에 관한 오해들이 자리한다. 연명의료 중단, 안락사, 낙태, 대리모 등이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특히 의료현장 등에서는 자기결정(권)에서 책임을 배제시킴으로써 인간 생명을 훼손하는 결과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정재우 신부)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는 공동 학술대회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의 근원, 의미, 범위 등을 짚어보는 장을 마련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와 생명위가 공동으로 연 제11회 정기학술대회는 3월 28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인간의 자유와 자기결정의 생명윤리적 함의’를 대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현대 생명윤리 논쟁에 나타난 자기결정 논거’, ‘현대 자기결정 담론에서 자유/자율의 의미’, ‘인간 자유의 근원과 방향 - 실천이성을 중심으로’, ‘인간 자유의 토대와 한계 - 생명과 몸을 중심으로’ 등 인간 자유를 법적·정책적·철학적·생명윤리학적인 면에서 다각도로 살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주제발표에는 김현철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박동천 교수(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곤잘로 미란다 신부(이탈리아 로마 레지나 아포스톨로룸대 생명윤리학과 교수), 구인회 교수(가톨릭대 생명대학원)가 각각 나섰다.
김현철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자기결정권을 ‘보유’하는 것과 ‘행사’하는 것은 서로 구별돼야 하고, 자기결정권을 올바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개인이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동천 교수는 “죽음의 자기결정이라는 개념은 개인의 자유라는 원리에서 도출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오늘날 죽음의 자기결정을 옹호하는 상황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자기결정 경계선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락사 등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경계를 긋는 작업은 일차적으로 정책적 과제”라고 설명하고 “법치의 역량이 미흡하다면, 관련 문제는 관습의 영역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인간 자유의 근원과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곤잘로 미란다 신부는 “자유로운 선택과 행위에는 책임이 있다”며 “우리가 ‘자유’에 대해 올바로 알지 못하기에 자유를 남용하고 자유의 희생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구인회 교수도 자유의 의미와 몸의 정체성에 관해 밝히고, “인간은 그 자체로 선한 대상이자 목적인 대상으로서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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