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성모성지 봉헌 20주년이었던 지난 2011년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아침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메주고리예에서 온 전화였다. 그곳 신부님께서 세계청년대회 강사로 나를 초청하신다는 내용이었다.
“신부님, 이건 대단한 겁니다. 세계 70여 개 나라에서 6만에서 7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참석하고, 매 미사 때마다 1000명이 넘는 사제가 참여합니다. 강사들도 모두 세계적인 분들이에요. 동양인 사제가 강사로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성모님께서 신부님을 무척 사랑하시나 봐요.” 어리둥절하면서도 기쁘고 감사했다. 한편 두렵고 주저되는 마음 또한 컸다.
‘그런 자리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깨끗하게 살아오지도 못했는데….’ 초청을 받긴 했지만, 나 같은 사람이 정말 가도 되는지 고민하며 기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은 사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께서 나를 부르신 것은 내가 잘나고 깨끗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당신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여주시고자 하신 것이고, 소심하고 부족한 내가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곳에 가서 이야기하는 것도 오직 사랑으로만 할 수 있는 일처럼 여겨진 것이다.
나는 그동안 부족한 나로 하여금 성모님의 일을 하도록 허락해 주시고 이끌어주신 주님의 자비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탈북자가 쓴 책을 읽게 되었다. 소똥 속에 있는 옥수수 알을 주워 먹을 만큼 지독하게 굶주리고 헐벗고 매 맞으면서 하루하루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는 수용소에서의 생활도 그렇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북한을 나오기 전까지 ‘행복하다’ ‘즐겁다’ ‘사랑한다’는 말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는 그의 고백이었다. 그는 자신의 책에 “하느님께서는 왜 북한을 도와주시지 않는 것일까? 하느님께서도 북한은 잊어버리신 것 같다”라고 썼다. 그것을 읽으며 나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회개를 위해, 북한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메주고리예에 가서 세계 각국에서 모여온 청소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하라고 성모님께서 나를 부르신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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