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겨울을 버티고 하나의 생명을 피워’ 낸 봄의 새싹, 신춘문예. 글 쓰는 일이야 신춘문예의 당락 여부와는 관계없는 일이나, 신춘문예에는 그 나름의 파워와 공적이 분명 있으며, 중에서도 단막극 부문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선택된 희곡은 공연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도, 우리 삶의 단편적인 모습들, 특히 이 땅 젊은이들 생각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활자들이 영하의 지상을 뚫고 밖으로 나오면 연극인들이 생명의 바람을 불어” 넣는 40년 전통의 단막극제는 올해도 ‘설렘과 떨림’을 간직한 새내기 극작가들의 작품들이 현직 연출 배우 스텝 등 기성 연극인들에 의해 무대화 되었다.
단막극제에 오른 작품은 총 7편. 한 시간 간격으로 3시부터 9시까지 전 편이 다 공연된다. 관객은 저마다 좋은 것을 골라 볼 수도, 공연 틈새에 잽싸게 필요한 볼일을 봐가며 7시간 내리 관람할 수도 있다.
사는 이유도, 살아갈 이유도 몰라 자살할 수밖에 없는 두 남자 이야기, 박선 작 ‘물의 기억’. ‘헬리콥터 맘’에 길들여져 살고 사랑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어른아이들의 이야기, 최세아 작 ‘어른아이’. 가족의 해체와 소통의 부재, ‘자식들 똥구멍만 쳐다보고 사는’ 부모이야기, 박교탁 작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평생 직장을 벗어날 수 없는 김과장의 엽기적살인, 그 피폐해진 마음속 이야기, 김나율 작 ‘초대’. 아무 건반이나 눌러대는 자폐아에게 기준음 ‘도’를 가르치며 정상적이라는 기준에 의문을 갖는 여자의 이야기, 남은혜 작 ‘달빛’, 자살하려 옥상에 올라온 초면의 네 사람, 결국은 사소하고 평범한 삶에의 감사를 되찾는 이야기, 최우람 작 ‘비상구는 있다’. 대학 졸업하고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오경성과 플라스틱 조립 로봇하녀 프라메이드와의 동거 이야기, 송경화 작 ‘프라메이드’.
이들 주인공들은 경제논리에 의해 기계화되고, 무력감과 박탈감에 시달리고 살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자살하고 과다한 경쟁이 주는 불안과 두려움에 살인까지 저지르며 소통의 부재로 고립되고 파괴되며 죽도록 위로받고 싶어 하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시각, 관점이 다 다르고 작품 각각의 매력 또한 다르다. 그런데, 달라서 더 뚜렷하게 들리는 메시지는 의외로 한목소리다. 판단, 공감, 삶의 아름다움, 자살의 외로움, 가족, 경쟁 등. 결론적으로는 사랑, 사랑이다. 단순하고 간절한 이 메시지는 ‘복음적’이기까지 하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해라” 그러나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인간들은 세상 끝날까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는 목소리를 더 높이고 실천의 몫을 더 무겁게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연극계의 새바람과 새 기운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 사람의 영혼을 들여 높이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
복음적 연극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연극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잊지 않는다면 존재가능성 또한 영원하리라.
뮤지컬 ‘서울할망 정난주’ 극작가이자 배우로서 연극 ‘꽃상여’ ‘안녕 모스크바’ ‘수전노’ ‘유리동물원’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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