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괜찮아? 다니엘아! 다니엘아!”
강미영(가명·43)씨가 다급하게 다니엘(9)군을 불렀다. 다니엘군이 갑자기 혀를 내밀고 고개를 떨군 채 미동을 하지 않았다. 눈도 초점을 잃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다니엘군이 깨어났다. 가쁜 호흡 속에 간신히 “엄마”라고 외마디를 낸 다니엘군은 고통스러운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엄마 강씨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경기(驚氣)였다. 최근에는 하루에도 10여 번 이런 일이 이어졌다.
다니엘군의 병명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희귀질환 중 하나로 소아기에 발생하는 간질 중에서도 가장 심한 형태의 간질이다.
다니엘군은 생후 40일 경 세균성 뇌수막염을 앓고 지체장애 1급으로 살아왔다. 종종 경기를 일으켰고 뇌의 이상으로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폐렴과 고열에 시달리는 일도 잦았다. 그래도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 간단한 의사소통도 되고 걸을 수도 있을 정도로 호전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2013년 10월부터 악몽 같은 나날이 시작됐다. 전에 없이 심한 경기가 이어졌고, 피에 세균이 퍼져 썩어 들어가는 패혈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병명은 나왔지만, 정확한 원인도 알 수 없었고 약조차 듣지 않았다. 폐렴의 위험으로 식사도 중단했다. 다니엘군은 배에 구멍을 뚫어 관을 통해 위로 직접 음식을 투입한다. 밥을 달라며 손을 입에 넣고 침을 흘리는 다니엘군의 모습에 강씨는 억장이 무너진다.
다니엘군의 병에 단 하나 남은 희망은 뇌수술이다. 수술을 한다고 완치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조차도 하지 않으면 병이 깊어진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었다. 이 아이만은 지켜주려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다했지만, 수술은커녕 입원도 엄두가 안 난다.
이미 2006년 6살배기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강씨다. 하느님의 보살핌을 청하고자 다니엘군은 태어나 한 달도 채 안 돼 세례를 받았지만, 보름도 안 돼 형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야했다.
가정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강씨뿐이다. 남편은 연거푸 절도를 하다 구속됐다. 2011년 결국 이혼했지만 벌금과 배상금을 감당하느라 가계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강씨 홀로 병원비를 벌기위해 직장에서 퇴근하고도 아르바이트를 나갔지만 병원비를 충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2013년부터는 입원이 많았기에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다 받아 4000만 원을 빌렸지만, 그 돈으로도 병원비를 다 감당할 수 없었다. 지금 받는 140만 원 가량의 월급으로는 매월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도 강씨의 모친이 다니엘군을 보살펴줄 수 있을 동안은 견딜 수 있었다. 강씨의 모친은 81세의 고령에 청각장애 2급, 골다공증 속에서도 다니엘군의 간병을 돕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심근경색으로 한쪽 눈이 실명되면서 그나마도 도울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초등학교 3학년인 다니엘군의 누나도 가정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로 성조숙증이 생겨 치료를 받고 있다.
강씨는 “다니엘도 모친도 딸도 놓칠 수 없는데 제 몸은 하나라 힘들다”고 말하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의 고통에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라고 비겁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괴롭다”고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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