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었다. 재주는 곰이 넘고 실속은 되놈이 차린다더니 미스공과 미회의 관계가 비슷했다.
미스공의 별명 이라기보다는 애칭은 메기아가리였다. 납다데한 작은 얼굴에서 입이 좀 큰 편이었지만 그녀를 아예 메기아기리라 놓아 부르는데는 그 입의 크기보다는 거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다와 웃음의 양감 탓이었다.
그무렵 미회를 비롯해서 미스공의 그 메기아기리다운 밉지않은 요설과 하찮은 입에도 웃음을 부여하는 그 천부의 자질로 하여 위안과 부추김과 다정한 연대의식을 느끼지 않은 잡거식구란 단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누구하고도 대범한 거리를 유지하고 별반 말이 없고 틈만 나면 집안 어느구석에 박혀서 스케치를 하거나(미회는 미술대학생이었다) 주인집에서 빌린 책읽기에만 팔려있는 미회더러는 우리 점잖은 학생이라 부르며 어려워하면서 떠받들곤 하였다.
미회는 그들의 입에서 우리 점잖은 학생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아무도 그녀의 수다스러움을 모르고 있으며 그녀의 사교범위의 고식적인 비좁음을 알지 못했다.
미회는 그 느닷없이 만나 한솥의 밥을 먹게된 생판 알지못하는 타인들과 자기 자신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야 할지를 통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철부지 코흘리개 꼬마들 하고는 이렇게 저렇게 감정을 맞춰갈수가 있었지만 미스공을 뺀다면 그 누구하고도 필요한 몇마디 밖에는 할말이 생기지 않는 것이 여간 딱하지 않았다. 그런줄도 모르고 그들은 그녀를 우리 점잖은 학생이라 부르며 인간적 인격에 있어 미스공보다 훨씬 윗쪽에다 놓고 생각하고 대하는 태도는 처음에는 꽤 계면쩍어하다가 시일이 지나는 동안에 슬그머니 당연지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연 미회는 여러면으로 미스공의 신세를 톡톡히 지면서도 그녀 자신도 여느 잡거식구들을 따라 미스공을 메기아가리라 스스럼없이 부르게까지 되었다.
그런 경우의 메기아가리에는 물론 격의 없는 애정이 담겨져있으면서도 속밑바닥에는 그녀를 함부로 대해도 무방하다는 좋게 표현하면 스스럼이 없고 극단적으로 까발린다면 경멸하는 가락이 없지 않았다.
미스공은 그런정도의 하찮은 인간심리의 기미따위에 개의할 성품이 아니었다. 틀이 크다고 할까 둔감하다고 할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는 미회에게 메기아가리라고 불리우는 쪽을 더 반가와하며 미회를 위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건 망설이지를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의과대학 교수인 집주인의 늙은 어머니를 구워삶아서 미회에게 빌리기 어려운 서가의 책을 맘대로 빌려 볼수 있도록 손을 써준 것도 그녀였으며 기목이가 절대로 와서는 안된다고 미회에게는 금족령을 내린 부대사무실에 무상출입하여 미회네 가족이 용인까지 피란을 갔다가 현재 서울로 돌아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아다 준 것도 그녀였다.
미회는 어머니가 서울로 돌아갔다가 듣는 순간부터 마음은 서울로만 날아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엔 아직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작전지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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