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대배경
오랜 역사를 통해、정복자가 피정복자의 문화에 지배된 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로마제국이 희랍의 찬란한 문화유업의 영향을 받은 것이 그 실례이며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점령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펼쳐진다.
야훼 유일신앙을 가진 선민 이스라엘은 다신적 자연신앙 숭배가 만연한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야기되는 사회、정치 문화 종교에 일대 변혁을 겪는 혼란한 판관시대를 맞이했다.
①사회적 변혁:「팔레스티나」의 고원지대를 정복한 이스라엘은 사막에서 오랜 세월(40여년)을 보낸 세대였으며 반유목生活에 젖어 문화적으로 야만스러웠다. 이런 이스라엘 민족이 개화된 가나안 땅을 점령하였기때문에 그들의 생활양식을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들은 요새와 도시건설 건축 도자기 농사방법 등을 모방하면서 반 유목생활에서 농경의 정착생활로 옮아간 사회변혁의 과도기를 맞이했다. (판관기1、9:8、16:19장)
②정치적 변혁: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정복하기 전과 점력시에는 온 민족이 모세와 여호수아의 영도하에 움직였으나 이 시대는 그런 중심 인물이나 중앙집권적 통치기관도 없었다.
그들은 다만 시나이 계약과 이를 상징하는 계약의궤를「실로」에 안치하고서 그것을 매개로하여 각 지파는 자유로운 연합체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서로간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같은 정치적 분열상태에서 가나안족 모압족 미디안족 그리고 블레셋족 등 여러민족들과 끊임없는 충돌을 겪으면서 한 민족으로 존속하려면 하나의 중앙집권적인 통치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이 염원이 사무엘서에서 사무엘과 사울 시대에 그 실현을 본다.
③문화 종교적 변혁: 떠돌이 생활에서 비옥한 반달지역(메소포타미아 서북쪽을 돌아「팔레스티나」를 경유하여 에집트에 이르는 지역)에 농경민으로 정착하면서 지금까지 자신들의 역사에 직접 개입하신 야훼 하느님이이제 경작해야할 땅도 지배하시는지 의문에 처한다. 에집트의 노예生活에서 탈출시켜 주셨고 땅의 정복을 손수 주관하시던 야훼가 과연 가나안의 豊産 神인 바알(Baal)과 같은 능력을 가졌는지、이 자연의 순환을 지배한다는 신들과 겨눌 수 있는지 의혹에 처하게 된다.
가나안의 토착신 바알은 페니키아 말로 주인 소유자 관리자란 뜻으로 농업의 신이며 목축과 농사의 생식을 돕는 결실의 신으로 모든 생식을 주관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아세라(Ashera)여신은 가나안에서는 바알의 아내며 또한 처녀이면서 아기를 밴여신으로 음탕한 성교와 전쟁의 신이기도 하다.
이들의 신상은 목상、또는 돌기둥 등으로 표상되었고 그 신당은 공인된 장소로서 창녀와 창부가 기거하여 이들과 성교를 하면 신들을 기쁘게 하여 풍작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가나안의 종교에 있어서 성은 쾌락의 원천일뿐 아니라 자연을 조절하기 위한 종교의식이었다.
바알종교는 비옥한 반달지대의 불안정한 환경에서 안전을 도모하려는 이스라엘의 욕망을 채워주는 수단이 되었다. 야훼는 땅의 정복을 도와준 전쟁의 신이며 바알은 추수의 신이라고 믿어 그들은 출애굽때 맺은 시나이 계약을 스스로 파기하여 전쟁의 위기에서는 야훼께 울부짖고、농사를 지을때는 바알을 불러 야훼 하느님을 바알로 혼동하는 종교혼합주의를 초래하였다. 야훼 하느님과 맺은 계약관계를 분명히 알고 있는 선민 이스라엘은 이와같은 새로운 유혹에 노출되면서 그들의 유일신앙은 이제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하게 된다.
야훼 외에는 다른 신을 불러 예배하지 말라는 이스라엘의 신앙에 다신적 우상숭배의 환경은 이들의 정치 사회 문화 종교에 타락을 가져온 요인이 되었다. 자신들이 겪어야했던 그 숱한 고난의 이유가 여기에 기인되었다고 판관기 저자는 경고한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신앙의 위협은 현대 신앙인들도 겪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생명을 주시면서까지 하느님나라의 도래를 확신시켜주신 예수 그리스도는 이미 우리 가운데 임재하고 계신다. 우리가 그 생명의 말씀에 온전히 매료된다면 나의 마음속 뿐만아니라 온 세상에 산재한 갖가지의 바알 신상은 결코 우리신앙을 위협하면서 혼선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修女ㆍ살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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