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예수의 일생을 보고 들은 복음사가들이 그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그리스도교 경전은 역사적인 사건을 많이 담고 있어 그리스도교를 역사적인 종교라고 하기도 한다.
이 성서안에서 예수의 부활을 가장 먼저 보고 증언한 사람은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막달라 마리아였다. (요한20、1~16)사랑하는 스승의 장례를 준비하러 갔던 막달라 마리아는 무덤이 빈 것을 보고 남자 제자들에게 달려갔다. 사도들은 무덤이 빈 것을 보고 놀라서 생전에 예수께서 사흘만에 부활하신다는 말씀도 잊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막달라 마리아는 사랑때문에 통곡하면서 동산을 헤매다가 부활하신 예수를 만났다.
여기서 예수가「가서 믿지 못하는 나의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하심으로써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부활을 증언한 사도중의 사도가 됐다.
또한 예수는 이교의 땅인 사마리아에서 여인을 통해 당신이 구세주 그리스도이심을 알리셨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지못한 이 여인의 과거를 예수께서 알아맞추자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두고 마을로 달려가 구세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 구세주라는 것을 알았는데도 사마리아 사람들은 여인의 말로써가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보았기 때문에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예수의 죽음을 증언한 것은 베타니아에서 옥합속의 향유를 예수의 머리에 부은 여성이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비싼 향유를 쓴 여인을 나무라자「참견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당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것 임을 예고하셨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당신이 구세주이시고 죽으시며 사흘만에 부활하신 중대한 일을 남성보다는 여성제자들을 통해 증언하셨다. 나아가 향유를 부은 여인의 업적이 기록되지 않을까하여 예수께서는「이 행적을 복음을 통해 세세에 전하라」고 당부하셨다.
예수께서 여성을 통해서 당신의 부활ㆍ죽음, 그리고 당신이 구세주이심을 증언하신 것은 바로 여성의 사랑과 진리에 대한 믿음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서를 기록한 복음사가들은 유태인이었고、당시 유태인들은 가부장제도와 남존여비사상에 젖어있어 성서를 기록할때 여성에 관한 기록은 가능한한 적게했다. 또한 예수의 시대가 지난후 그리스도교가「로마」로 건너가 희랍사상의 영향을 받고 교부시대에 이르러서는 여성을 금기시하는 경향까지 띠게 된다. 지금도 여성들의 활동이 많은데 비해 교회의 인정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역할은 우리 한국교회 2백년、특히 박해시대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초대 한국교회를 창립한 이벽 이승훈 정약용 및 권철신 형제들이 1801년 박해때 모두 순교하고 그후 1836년 빠리외방전교회 모방신부가 입국할 때까지 만35년간 한국교회는 무목무부(無牧無父)의 시대를 지냈다.
이 시대를 여교우시대 혹은 한국의 교우촌시대로 부를수 있다.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자녀들과 함께 깊은 산골짝에 마을 즉 한국의 까타꼼바를 이루고 살았다. 이 기간 중 1831년 한국교회는 독립교구가 되었는데 이는 평신도회장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특히 정하상 성인등의 공헌이 컸다. 그런데 조선교구 독립은 사실상 여성들의 숨은 노력에공로를 돌려야할 것이다.
바로 정하상 성인의 어머니인 유체칠리아는 1801년박해로 남편인 정약종을 잃고 가산마저 빼앗긴채 문전걸식을 하면서도 당시 7세였던 정하상과 5세였던 정정혜에게 아버지의 신앙을 잇게하는 가풍을 지켜나갔기 때문이다. 그 신앙의 가풍을 지키다 한가족 3명이 모두 성인이 됐다.
또한 우리 교회의 자랑인 동정순교부부 이루갈따 유요한을 탄생시킨 권소사 역시 우리교회 여성사에서만이 아니라 한국여성사에도 길이 남을만한 여성이었다.
권일신의 누이동생이자 이루갈따의 어머니인 권소사는 딸 루갈따와 아들 경도ㆍ경언 3남매의 순교를 목도했으며 15년간 동정을 지킨 권일신의 막내딸 권데레사부부의 신앙생활을 깊은 경지로 이끌었다. 또 이루갈따 등 세자녀가 모두 옥중에서 보내온 서간을 베껴 모든 신자들이 신자로서 지켜야할 도리를 가르치고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교정신을 전파했다.
이 옥중서간들은 박해시대의 모든 순교자들이 순교하도록 돕는 에너지의 역할을 했으며 순교정신을 이어가는 근본원천이 됐다.
그리고 기해박해의 모습을 담은「기해일기」를 보면 모든 순교자들이 천주교 교리를 어머니로부터 배웠다고 문초기록에서 밝히고 있다. 경본은 모두 빼앗겨 없으므로 어머니들이 구전으로 자녀들에게 교리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이를 모전자녀습(母傳子女習)이라고 부를수있는데 이로써 한국교회가 보존된 것은 어머니의 덕분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여성들은 과연 신앙의 가풍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이렇게 전통있는 순교자 어머니를 모신 우리들은 오늘날 무엇을 증거해야 할까.
우리 여성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특권이자 가장 중요한 사명인 생명을 낳고 기르고 완성시키는 일에서 증언해야 한다.
기계화시대、배금주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우리들은 내게 맡겨진 생명은 물론 나와 관계되는 생명에 대한 특권을 자각하고 활용하면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ㆍ기쁨ㆍ정서평화ㆍ온유함으로 이 사회를 인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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