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공이 자신의 나상을 미회에게 그려달라고 요청한 마음에는 잡티가 없었다. 그녀는 자기자신을 표현할 때는 언제나 보잘 것 없는 빈털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말 끝에는 반드시 단서가 붙었으니 그것은『그렇지만 나는 자랑할만한 몸매를 가졌다』하는 것이었다.
결국 미스공은 대장의 목석 같은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의 유일무이한 재산이며 자랑거리인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함으로써 그로써 대장의 감동을 얻어낼 수 있다면 대구에 나자빠져있는 외상이야기를 끌어낼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그녀 나름의 계산을 한 것이다.
미회는 미회대로 미스공의 고민을 모르지 않았고 어떤 의미로는 대구의 외상 값은 단지 미스공 혼자의 책임만도 아니라는 생각과 실상 미술학도로서는 여인의 나상이란 귀하고 훌륭한 화재일 망정 결코 그밖의 의미로 해석할 일은 아니었다.
미회는 진지한 자세로 성실히 미스공을 그렸다. 작품 성과도 스스로 만족할만 했다.
미스공은 완성된 자신의 모습에 약간 불만을 표시했다. 현실적인 자신의 몸매가 여실히 표현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보았다.
그래도 미스공은 그것을 정중히 포장했다. 이번만은 절대로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듯 경건하고 비장하기까지한 태도로써.
그녀는 관수동과는 지척인 관훈동 그들의 사무실로 향해 간다.
하지만 그날도 대장이란 사람은 만나지 못하고 그곳 문지기 청년에게 맡기고 왔다며 한탄하기를『이상하게 그이하곤 길이 엇갈려. 연대가 안맞는지 인연이 없는지…』
하곤 미회 앞에선 처음으로 청승맞게 한숨을 쉬었다.
그후 일주일쯤은 이젠가 저젠가 좋은 소식 오기를 고대했으나 헛일이었다.
더구나 그무렵엔 기석오빠마저 대구로 내려가고 없어서 관훈동의 동태는 통알아낼 수가 없었다.
미스공은 취직을 해야겠다고 아침밥만 먹으면 외출하게 되었다.
스탈린이 죽었다는 외신을 들은지도 달포쯤이 지났다.
어느날 동회직원이 미회를 찾아왔다. 동회에 일손이 달려서 그러니 이 구역안의 다른 한 명의 여대생과 같이 동네에서 현재 살고있는 주민수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동회직원 뒤에는 한동네에 산다는 미회 또래 여대생이 불임성스럽게 웃는 낯으로 서있었다.
아직도 동네에는 빈집이 많은데 어느 집에서 누가 살고 있는지를 몰라 동회행정에 차질이 많다고 했다.
미회는 그봉사 요청이 반갑기도 했고 난감하기도 했다. 현재 그녀의 할머니는 눈앞을 분간할 수 없어 혼자 집을 지킬수 없는 형편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밖으로 나갔고 집을 지키는 의무는 미회가 맡고 있었으니까 오래 집안에만 갇혀있으니 그런 일로라도 바깥에 나가 보고 싶은 것은 미회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 서너 시간만 수고하시면 됩니다』
서너 시간쯤이라면 미회도 나갈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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