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구 SOS마을(원장ㆍ권순기)에 들어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곳이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산다고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표정은 밝고 명랑하다. 그것은 자식을 낳은 정 이상으로 사랑을 듬뿍 쏟아 훌륭하게 키워온 마을내 각 가정 어머니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기때문이다.
처녀의몸으로 24남매를 키워온 이순자어머니(52세ㆍ마뜨로나)이다. 그녀는 어린이들이 유아기때부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까지 숭고한 모성애로 따뜻한 가정을 이뤄주는 대구 SOS마을 최고참 어머니이다.
오스트리아인 헤르만 그마이너씨가 창설한 SOS마을이 이 땅에 들어온 것은 1963년 대구에 SOS마을 건물이 세원지면서 부터였다.
여느 곳과 달이 10여명이 한 가정을 이루면서 모두가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덕택에 지금까지 모두 3백여명의 불우어린이를 어느 누구 못지않은 성인으로 키워 사회에 진출하게 했다.
이 대구 SOS마을 어린이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젊음을 다바친「헤르만그마이너집」어머니 이씨는 지금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떳떳하게 출가시킨 2남 4녀를 비롯、9명의 자녀들을 돌보는데 여념이 없다.
처녀의 몸으로 이씨가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대구 SOS마을이 들어선 이듬해인 1964년이었다.
여고시절 스스로 성당문을 두드려 하느님의 사랑을 감지한 이씨는 일평생남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어린이에게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심어줘보라』는 어느 수녀의 소개로 이 마을을 찾게됐다.
척박하고 냉랭한 분위기속에서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 얼마나 더 무서운가를 보여줄 각오로 열심히 일하자고 다짐했으나 아이를 한번도 길러본 적이 없는 이씨가 어려움에 부닥치는 경우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기르던 자녀가 병이 났을때 없는 돈을 다 털어 약을 사 먹이면서 밤새껏 간호했지만 병이 더해 갈때의 당혹감、새로운 자녀가 들어와 환경에 적응치 못하고 서로 다툴 때면 가슴이 저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 지성으로 키워온 자식들이 장성、사회에 첫발을 내디딜때「고아」라는 이유 하나로 불이익을 당하게 되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못하는 이 사회가 그렇게 매몰차고 야속했다. 그러나 어쩌다가 자기 자식이 직장상사에게 칭찬을 들었다고 말할때는『무어라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뿌듯했다』는 이씨는 물질적인 도움에 앞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철저하게 고쳐지기를 바란다는 소망아닌 소망을 말했다.
이같은 아픔도 지금까지 돌봐온 24남매가 서로 친형제처럼 따르고 의지할때 눈 녹듯 사라진다며『여자가 자녀키우며 사는 것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그녀의 말속에는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깊은 마음이 서려있었다.
남들에게 자신의 자녀가 고아라는 말을 들을때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는 이씨는『혹시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학교든 교회든 어디에서나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를 형성할까봐 제일 두렵다』면서『부족한 점은 하느님께서 보충해 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다.
어려운 일은 하느님이 해결해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어온 그녀였지만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한계를 느낄때면 마을을 떠나고 싶은 적도있었다고 회상하면서 이씨는 그러나 자신에게 엄마의 정을 느끼고 사는 아이들을 제2의 고아로 만들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계속 붙잡아 주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씨는 SOS마을 20여년간의 생활이 하느님안에서 기쁨을 느끼며 살아온 세월임은 틀림없다고.
지난해 서정길 대주교로부터 대구 SOS마을 20년 근속 감사패를 받기도한 이씨는 앞으로도 성가정의 모범을 보여줄 이 사회의 조그만 빛으로 남아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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