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이 땅의 가난한 사람을 돕고 영혼의 구제에 헌신해 온 독일의 선교사제 하안또니오신부(ANTON TRAUNER).
한국의 페스탈로치로 불리는 그는 부산 적기(우암동)에서 피난민에게 옥수수가루를 배급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늘까지 그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서 출발、교회일치와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운동의 전개、그리고 교회의원을 통한 의료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하신부의 일생은 사랑과 헌신 그 자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1922년 10월 14일 독일「뮌헨」인근 마을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2차대전중 군에 입대、종전과 함께 유고슬라비아에서 3년여동안 포로생활을 하다 귀국하여 딜링겐신학 대학을 수료했다. 그후 베르팅겐직업학교에서 5년간 교사로 재직하다 선교사가 될 결심을 굳혀 1958년 4월 27일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일본 화물선편으로 그해 7월 5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한국에 온지 1년 3개월만에 적기본당(현 동항본당)주임으로 부임한 하신부는 천막성당에서부터 출발하여 58년 현재의 동항성당을 건립했다.
주민들의 가가호호를 방문、원조물자를 나눠주며 가난구제와 함께 영혼의 구제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가난한 임종자의 관을 마련하기 위해 조그만 관에다「사랑이 죽었다」는 글을 써붙이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모금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사제관에 반신불수의 고아들을 데려와 함께 침식하며 그들을 정성껏 돌보기도 했다.
어느 부활절 인근 개신교회를 찾아 부활달걀을 나눠주고 함께 성가를 부르며 부활의 기쁨을 같이한 신부는 그후 교회일치운동에도 관심을 보여 65년부터 20년간 매년 두세차례의 공식적인 일치 행사를 계속해오고있다.
또 그는 목사와 승려들과 함께「사랑의 혁명」이란 피켓을 들고 시내를 누비며 모금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파티마성모의 뜻에 따라 소련의 회개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푸른군대 운동을 이땅에 뿌리내린 하신부는 현재 푸른군대 한국지부지도신부로 혼신의 힘을 쏟고있다.
스위스에서 온 성모상을 모시고 범어사 경내에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바쳤던 괴짜신부(?)인 그는 73년부터 오늘날까지 초파일때면 부산대청동소재 대각사에 초대되어 성탄일축사를 해오고있다. 독일에 홀로있던 모친이 남은 가산을 정리하여 보내온 돈으로 64년 11월 동항성당내 기도의 집인「사랑의 집」을 준공한 하신부는 이듬해 3월 한독 여자실업하등학교의 전신인 기술학원을 세워 여성기술교육을 시작했다.
71년 7월 22일 모친 카로리나여사가 별세했다. 그녀는 남은 재산을 외아들의 사업에 희사하고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80세를 일기로 주님의 품에 안긴 것이다.
74년 임진각에서 남북통일기도회를 시작했던 하신부는 77년 봉생신경외과원목 김시복목사와 함께 동항성당내 조산원을 열었으며 현재 교회의원으로 발전해 극빈환자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있다.
79년 동항본당주임을 떠나 사랑의 집운영과 푸른군대 운동에 몰두하고있는 하신부는 지난 6년동안 2백 20여개 본당을 순회하며 강론과 피정지도 및 기도회를 이끌어오고있다.
3년전부터 장이 나빠 건강이 악화된 하신부는 이땅에 뼈를 묻을때까지 주님사업에 몸을 바칠 것이라면서 『임진각부근에 기도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밝혔다.
최근 하신부의 일대기를 엮은 「불에 뛰어든 사람」에 출판되어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 사이에 널리 읽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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