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미국성당에서 똑같은 미사에 참여하였는데도 왜 이다지도 좋고 눈물이 흐르는지…제2차「바티깐」공의회 이전 미국유학 시절(그때는 라띤어로 미사를 봉헌했다)에는 전혀 느낄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영성체를 하고 난후 잠시 묵상하는 사이에 나의 마음은 4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1943년 2차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만주의 한 조그마한 마을、봉황성에 살던 누님(이대평ㆍ비르지따ㆍ인천교구)의 집으로 훨훨 날아갔다. 안동(만주)에서 힘들여 모셔온 김필립보신부님께서 미사를 봉헌하시고 작은형(이병선ㆍ네오비노ㆍ인천)이 첫 영성체를 했다. 얼마나 부러웠는지! 그리고 또 몇년이 흘러 해방을 맞아 보따리를 질머지고 압록강을 건너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왔다. 평양에서 나는 그동안 바라고 바라던 첫영성체를 할수 있었는데、대신리성당에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의 닛다수녀님에게서 교리를 배워 박디모테오신부로부터 성체를 영했다. 이듬해인 1946년에는 홍용호주교님으로부터 거의 매일 평일미사에 참여하여 복사를 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오』하는 마지막 말씀에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깜짝 놀라『천주께 감사』라고 답하였다.
그로부터 우리집 당구대를 제대로 우리말 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한지도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주님의 도움으로 많은 냉담자와 다른데 나가던 형제자매들을 다시 성교회의 품안으로 돌아오게 할수 있었고 또 많은 영세자들을 낼수 있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지하실의 당구대가 아닌 훌륭한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할수 있도록 마련해 주셨다. 돌이켜 보건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교리를 제대로 모르는 냉담자나 예비자들에게 가르칠 교재도 없었고 한국말 미사에 사용할 미사경본ㆍ기도서ㆍ성경ㆍ성가책 등이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또 교리나 성서를 가르치려해도 아무런 참고서적도 없으니 마음만 간절했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했다.
궁리 끝에ㆍ한신부에게서 받은 단 한권의 교리문답책을 밤새워 가며 등사하여 나눠주어 매주 2시간씩 교리공부를 시작할수 있었으며 또 2달에 한번갖게되는 우리말 미사를 위해 누님께서 보내주신 공동체성가와 우리가 이민올 때 갖고온 옛날 성가책 등에서 그날 부를 성가를 골라 역시 프린트해서 쓰곤 했다.
너무나 어려운 2년이었으며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었다. 그러나 참으로 보람된 2년이기도 했다. 그러던중 대구의 박도식신부님과 인천에 계시는 형님들、조카들、누님들이 여러 자료들을 보내주셔서 지금은 많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신심서적과 특히 강론 테이프 등이 아쉽다.
특히 작년에는 이경재신부님께서 바쁘신 여정중에서도 처음으로 우리를 찾아 주셔서 미사도 봉헌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해주셔서 얼마나 많은 은총을 받았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작은 누님이신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총장 이글로리아수녀님께서도 분원 순시 중 잠깐들러 영신적인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이경재신부님께서는 우리들의 딱한 사정을 보시고 귀국하셔서 곧 큰 미사경본(미사용)과 여러권의 공동체 성가집을 보내주셔서 이제는 미사때 큰 어려움이없게 되었음을 다시 감사드린다.
두달에 한번 찾아주시는 한신부님께서 오실날이 가까워오면― 실제로는 다녀가신 다음날부터 벌써 기다리게 된다. ―공연히 마음이 설레이고 몇주일전부터 그날 미사에 쓰일 성경ㆍ성가 등을 프린트해놓고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비록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에는 여섯군데나 되는 미국 성당이 있으나 우리에게는 이곳이 공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