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뜻하지않게 김필립보신부님(만주에서 미사봉헌해주신 신부님)을 만날수 있었으니 얼마나 반가왔는지 어찌 말로 표현할 수가 있었으랴! 그때 김신부님께서 나에게 예비자교리를 맡아달라고 하셔서 기꺼이 응락하고 방학동안 열심히 교리를 가르쳐 내생전 처음으로 나의 가르침으로 첫 영세자를 배출했다. 얼마나 보람이 있었는지! 아직도 그들의 이름과 얼굴이 눈에 선하다. 진민자(아네스) 진수자(빅또리아) 마르꼬ㆍ토마스ㆍ동림이ㆍ스콜라스띠까ㆍ요한 등. 그리고 김신부님께서 신선동에 새로운 성당을 세웠을 때에 거기에서도 교리를 가르쳐 추비비안나ㆍ헬레나ㆍ루까ㆍ안젤라ㆍ그레고리오ㆍ체칠리아ㆍ데레사ㆍ젬마 등의 영세자를 배출할 수가 있었다. 지금 이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있을까? 아직도 그때 받은 신앙을 굳게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까? 보고싶다. 만나고 싶다. 편지로나마 만나고싶다. 지금은 모두 40대후반에서 50대에 들어선 장년이 되었을테지. 더러는 벌써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사람도 있겠지. 혹시 그중에서 성직자나 수도자가 된 사람은 없을까? 궁금하고 보고싶다. 혹시 이글을 읽고 편지라도 해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또 내가 가톨릭의대에 재학중일때 당시 명동성당의 보좌신부였던 나상조신부님께서 역시 남녀고등학생들의 교리와 성가지도를 부탁하셔서 기꺼이 승락하고 가정교사를 하느라 바쁜중에서도 매주 열심히 가르쳤던 때가 엊그제 같이 느껴진다.
오늘도 이곳 미국땅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천주교를 좀더 알려고 찾아오는 교포들에게 교리와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아마 이것이 나의 소명(성소)인가 보다. 시계바늘처럼 밖으로 드러나진 않으나 속에 숨겨져 묵묵히 일하는 태엽이나 하나의 나사못의 역할을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으로 믿고 싶다.
1946년 평양 대신리성당에서 네오비노형님과 같이 복사를 하기시작해서 오늘날까지 복사의 역할도 역시 주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작은 소명으로 여겨진다.
우리말 미사를 시작한지 2년이 되는날 그동안 항상 복사를 하던 학생형제가 아버지(SGTㆍDYE)의 대구 전속으로 인하여 한국으로 나가게돼 복사할 사람이 없게 됐다. 다행히도 아틀란타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던 딸 미경(사비나)이가 방학하고 집에와 있었기에 딸에게 풍금반주를 맡기고 내가 또 복사를 하게 되었다. 주님께서 나에게 복사를 가르쳐주실 때 여러모로 쓰시려고 하신 것같다.
내가 한국 해군 군의관으로 포항 해병 상륙사단에 근무하던 때(1962)에 노대주교님께서 위문방문하시어 미사를 봉헌했는데 역시 복사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내가 해군 장교 정복을 입고 복사를 해서 많은 사병들에게 좋은 표양(?)을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또 죤스ㆍ홉킨스 대학에 유학하고 있을때 전화로 많은 피해를 입은 한국 천주교회의 재건을 위해 동분서주하시던 이경재 신부님을 만나 어떤 양로원에 가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는데 역시 복사는 내가 했다. 뿐만아니라 당시 죤스ㆍ홉킨스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생 주최로 매주 수요일 저녁 모여서 봉헌하는 미사때에도 역시 복사는 내차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당시 미국 가톨릭학생들 중에서 나는 DrㆍLee라기 보다는 복사하는 사람으로 통하곤 했다.
또 세월은 흘러 내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수로 재직할때 가톨릭교수들이 당시 의대학장(안치열박사)실에서 최신부님을 모시고 미사를 드리곤했는데 여기서도 복사는 나의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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