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오늘 복음에서 들은 이야기는 ‘토마스 사도의 불신앙’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의 부활을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에 강조점을 둔 표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마스 사도의 모습은 오히려 우리에게 친근감을 주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경험적이고 과학적인 것들만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세대에게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는 오히려 더 공감을 줄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토마스 사도가 실제로 예수님의 손과 옆구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토마스 사도의 믿음을 크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그의 이야기가 당시의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우리에게 주어진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부활이란 현실이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란 토마스 사도의 신앙 고백 전후에 표현되는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분명 우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마치 쉽게 믿지 못하는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부활에 대한 체험과 믿음은 초대 공동체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부활과 성령 강림 이후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고 사도행전은 전합니다. 그들은 부활 이후 자신들의 삶의 방식으로 공동생활을 선택했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습니다. 이런 삶의 방식이 부활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들은 믿음에서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하나’가 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았습니다. 이런 초기 공동체의 모습은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 줍니다.
초기 공동체 삶의 모습은 여전히 교회가 지향해야 할 모습입니다. 물론 지금 모두가 이 같은 생활을, 사도행전에서 표현되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여전히 교회의 가르침은 맥을 같이 합니다. 초기의 신앙인들은 ‘필요한 만큼’ 나누었다고 전합니다. 각자가 원하는 만큼이 아닌 필요한 만큼 나누어 가졌다는 점에서 그들이 생각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현재에도 재화나 음식의 분배는 큰 문제입니다. 어떤 이들은 남는 것을 활용하는데 큰 노력을 하지만 한 편에선 여전히 굶는 이들이,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많습니다. 비록 우리가 글자 그대로의 초기 공동체 삶을 살지는 못하지만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는 지금도 충분히 이어갈 수 있습니다.
요한 1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공동체를 표현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가장 중요한 계명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공동체 안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계명을 실천하면, 그로써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형제, 자매들을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딱딱하게 들리는 계명 역시 힘겹지 않은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결국 실천적인 면에서 사도행전과 요한 1서의 말씀은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의, 애덕의 실천입니다.
믿으라는 복음의 말씀과 실제적인 삶에서 사랑을 통해 그 믿음을 실천하는 공동체의 모습은 우리에게 신앙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줍니다. 믿음과 그 실천은 구분될 수 없는 것입니다. 부활에 대한 믿음은 새로운 생명을 선사받은 삶으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죽음이 아닌 생명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 생명이 우리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부활 시기를 지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소명일 것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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