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토요일 아침, 저는 달콤한 늦잠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들 바오로가 저를 흔들어 깨웠고, 제 꿀잠의 기쁨은 한 순간에 날아갔지요. 바오로는 작정한 듯 집 앞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자고 닦달하더군요.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하자는 아들의 말에 순간 짜증이 났지만, 어제 성의 없이 했던 약속이 번쩍 생각났습니다. 아들은 며칠 전부터 농구시합 하자고 수 차례 졸랐지만, 저는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내일 수업 준비 때문에 바빠, 저녁에 아빠 회식이 있어,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하니 다음에 하자!”라며 귀찮다는 듯이 말입니다.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농구시합 약속을 토요일 아침으로 정했지만 깜빡했던 것이었습니다.
간신히 눈을 뜬 저는 또 다른 핑계거리를 만들어 위기(?)를 모면하려 했지만, 아들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버럭 화를 내더군요. “아빠는 거짓말쟁이야. 매번 약속만 해놓고 매일 미루기만 하잖아. 아빠 나빠!”라고 휑하니 돌아서서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아들과 농구시합을 하고 나서야 미뤄둔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운동 후 곰곰이 생각하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아빠를 원망하던 아들의 외침이 마치 제 신앙생활을 꾸짖으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로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죄를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매번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 나약한 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사순시기를 맞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회개와 기도로 예수 부활을 준비하고자 저는 지난달에 판공성사를 보았습니다. 세속적인 가치와 물질적 유혹을 좇아 신앙생활을 소홀히 했던 저의 죄를 반성하고, 주님께 용서를 빌기 위해서였습니다. 고해소에 들어가기 전에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깊은 성찰과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공경하고 그 분의 발자취를 따라 참다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의 작은 성소인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묵상하며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가, 내 이웃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가난한 이웃에게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였는가, 국가의 간성이 될 생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 그들을 교육하고 있는가, 우국충정으로 조국을 사랑하고 국군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가….’ 부끄럽지만, 저는 이 모든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하지 못했습니다.
고해소를 나오며 저는 주님과의 계약을 갱신하고, 다시는 신앙생활의 ‘거짓말쟁이’가 되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크신 사랑을 기억하고, 예수님 부활의 은총을 체험하며, 그 분께로 한 발짝 더 내딛는 주님의 군사가 되겠다고 말이지요. “주여!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조국수호의 소명을 다할 수 있는 곳으로. 주여!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가 예수님께 받은 사랑을 전우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예수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