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 자비를 부활 전례 안에서 찬양하고 감사드리며 이날을 기념한다. 이는 ‘자비의 사도’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가 받은 예수님의 메시지에 기인한다.
‘자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맞아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삶과 ‘자비 신심’에 대해 살펴본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 제정
2000년 4월 30일 거행된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M. Faustyna Kowalska, 1905-1938) 수녀의 시성식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온 교회가 이날을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날로 지낼 것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보편교회는 이듬해인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정하고 있다.
이처럼 부활 후 첫 주일을 자비의 축일로 지내는 것은 구원의 신비와 하느님 자비의 신비가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 자비의 가장 위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자비의 사도’ 성녀 파우스티나
1905년 8월 25일 폴란드 그워고비에츠(Glogowiec)의 가난한 농부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3년 밖에 다니지 못했고, 생계를 위해 가정부로 일하다 스무 살 되던 1925년 8월 1일 자비의 성모 수녀회에 입회했다. 입회 전부터 엄격한 생활과 무리한 단식 등으로 몸이 쇠약했던데다, 결핵까지 걸려 건강을 잃은 파우스티나 수녀는 1938년 10월 5일 33세 젊은 나이로 선종했다.
파우스티나 수녀의 환시와 신비체험은 고해사제 권고에 따라 일지 형태로 기록됐다. 이로써 하느님 자비의 신비가 널리 알려졌고, 「내 영혼 안에 계신 하느님의 자비 일기」(이하 ‘일기’)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됐다.
파우스티나 수녀는 하느님 자비의 신심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신앙인의 삶을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중대한 사명을 받았다.
“영혼들에게 나의 크나큰 자비를 알리고, 나의 한없는 자비에 의탁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네가 일생동안 수행해야 할 임무요, 과제다.”(일기 1567)
하느님 자비의 신심
하느님 자비 신심의 핵심은 말과 행동, 기도로 자비를 실천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의탁’이 필요하다.
여러 형태의 자비 신심 중 자비로우신 예수님의 성화, 하느님 자비에 바치는 묵주기도, 성시간, 9일 기도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하느님 자비 상본’으로 널리 알려진 성화는 흰색과 붉은색 두 빛줄기를 뿜어내는 예수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두 빛줄기는 창에 찔린 성심에서 흘러나온 물과 피를 상징한다. 아래에 적힌 ‘예수님,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문구는 하느님께 의탁하면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라는 예수님 요구를 상기시키는 표상이기도 하다.
‘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로도 불리는 묵주기도는 하느님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속죄를 추구하기 위한 기도다. 우리와 이웃, 나아가 온 세상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 사랑에 간곡히 호소하는 것이다.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 시대, ‘하느님의 자비’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리스도인의 말과 행동, 기도로 자비 실천에 앞장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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