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거룩하고 의로우신 분을 배척하고 살인자를 풀어 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베드로 사도가 솔로몬 주랑에서 행한 설교를 듣습니다. 이 설교의 내용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우리에게 지난 주님 수난 주일과 성 금요일에 들었던 수난복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를 ‘무지’로 꼽습니다. 지도자들 만이 아니라 설교를 듣는 성전에 모여있던 유다인들 역시 이 일에, 예수님의 죽음에 동참했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이미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해 예고하신 것이었습니다. 베드로 사도 역시 구원 역사의 커다란 흐름 안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이해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죽음이었지만, 사람들의 무지에 의해 예수님은 죽음에 놓이게 되었지만, 이 모든 것 역시 하느님께서 이끌어가시는 구원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고, 이것을 통해 하느님은 다시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십니다. 이제 이 모든 사건을 경험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죄가 지워지게’ 하는 일입니다. 결국 이것을 위해, 죄의 사함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예수님은 돌아가셨고, 하느님은 그분을, 부활을 통해 다시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이런 베드로 사도의 생각을 요한 1서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제2독서는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죄를 짓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우리의 죄가 용서되었음을 전제로 합니다. 요한 1서는 더 나아가 예수님의 죽음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분은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우리 죄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사도행전이나 요한 1서 모두 예수님의 죽음의 의미를 우선적으로 죄를 용서하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이 초창기의 신앙인들이 이해한 예수님의 죽음의 의미였습니다. 마치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에서 제물을 바치는 것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했던 것처럼, 예수님 자신을 우리를 위한 제물로 바치신 것입니다. 이제 그분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구원을 얻었고 그 구원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루카 복음에서 우리는 부활에 대한 당시의 의심 어린 생각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제자들조차 예수님의 부활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향해 예수님께서 “내 손과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스승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은 있지만 여전히 믿지 못했다고 복음서는 전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눕니다. 마치 복음서는 ‘이것보다 더 확실한 부활의 증거가 있겠는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부활의 소식을 전해 준 이후에 지속적으로 듣게 되는 것은 ‘부활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이미 부활을 믿고 있는 우리에게는 ‘온전히 부활의 믿음을 간직하라’는 당부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믿음을 아직 부활을 모르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선포하는 증인이 되라고 당부합니다. 이제 개인적으로 부활을 믿는 것만이 아니라 그 믿음을 증거하라는 것이 오늘 복음의 권고입니다. 우리가 부활을, 곧 예수님의 희생을 통해 구원되었다는 것을 믿는 이들이라면, 이제 그것을 증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구원은 그저 생각 안에만 머무는 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원은 우리가 생명을 향하게 하고, 그 생명에 다른 이들도 동참하도록 하는 역동적인 것입니다. 구원은 그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안에서 실천을 통해 체험되는 것입니다. 이미 여기서 구원의 삶을 살아가는 것. 역설적이지만 이것은 구원의 완성을 향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바람직한 과정일 것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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