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출장을 갔다 온 어느 신부님의 이야기입니다. 그 신부님은 그 전날 부산에 갔다가 서울에 오자마자, 다시 춘천에 갈 일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경춘선 기차를 타러 갔는데 막상 기차를 타보니, 예전에 타보던 경춘선이 아니라, 그냥 일반 전철처럼 그렇게 탈 수 있게 되어 있었답니다. 그래서 자리가 나서 앉아 묵주를 꺼내 들고 기도를 하는데, 묵주 기도 소리가 스스로 부르던 엄마의 자장가처럼 느껴지더랍니다. 묵주 기도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는데, 시작을 언제 했는지도 모르게 그만 잠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묵주를 쥐고 기차 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뭔가가 스르르 떨어지면서, 그만 화들짝 깼고, 알고 보니 묵주를 땅에 떨어트렸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탄 기차 안에 사람이 다 앉아 있었고, 묵주를 주우려고 보니, 자기 앞에 젊은 부부처럼 보이는 분들이 서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여자분 복장이 임산부 복장 같고, 배가 좀 부른 것 같아 보였답니다. 그리고 자기가 앉은 자리를 보니, ‘임산부 보호석’이더랍니다. 순간, ‘아, 임산부구나! 그래서 내 앞에 왔는데, 내가 자리에 앉아서 잠들어 버렸으니…!’
정말 그랬답니다. 자기가 앉은 자리가 임산부석인지도 몰랐고, 자기 앞에 임산부가 왔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잠이 들어 버렸으니! 그래서 그 신부님은 괜히 어색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일어나서 말했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자리 앉으시죠!”
그러자 그 남자 분이 여자 분에게 웃으며,
“여보, 이그, 살 좀 빼라고 그랬잖아. 그러니 맨날 이렇게 임산부라는 소리를 듣지!”
그리고는 그 신부님에게,
“이 사람 운동이 필요한 사람이라 좀 서 있어도 돼요!”
그러자 그 여자 분 역시 웃으며,
“아이고, 내가 옷을 이렇게 입어서 그렇지, 음 그렇게 배는 많이 안 나왔는데! 휴, 정말 살 빼야겠다. 아저씨가 더 피곤해 보이는데 앉아서 가세요!”
그러자 그 신부님은 머리를 긁으며,
“아, 예. 죄송해서…!”
그리고 조용한 기차는 계속 달렸고, 그 신부님은 주변의 경치를 보는 듯하다가 다시 잠들어 버렸습니다. 얼마쯤 흘렀을까, 눈을 떠 보니, 그분들은 안 계시고,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부터 계속 자리를 같이 앉아 오던 중년의 아주머니가 그 신부님에게,
“총각! 아까 그 여자 임신한 것 맞아요. 여자의 몸은 여자가 알지요. 총각이 너무 피곤하게 잠자고 있어 내가 그 임신한 여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더니, 정말이지 그 여자가 운동 삼아 조금 서 있고 싶다고 하더군요. 암튼 그 남편, 유머가 좋아요. 총각 미안해할까 봐, 자기 마누라 살쪘다고 둘러대니 말이에요!”
요즘 세상, 아무리 각박하다고 말은 하지만, 아직까지 그나마 살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마음으로 배려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나부터 누군가를 배려해준다면 그 순간 누군가에게 세상 살맛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게 세상 사는 맛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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