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를 지닌 홍민선(피델리스·55)씨가 운영하는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도법관’ 고 김홍섭(바오로) 판사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홍씨는 가난과 청렴, 겸손의 삶을 살았던 김 판사를 자신의 ‘영원한 사표(師表)’라고 소개했다.
과거 한국교회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묻자 “김홍섭 판사 같은 분이 우리 교회에 많이 나와야 교회가 달라진다”면서도 의외로 30여 년 전 한국교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젊은 교회’를 꼽았다.
1983년 23세의 나이로 세례를 받은 그는 “1980년대 성당은 청년들로 넘쳐났는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성당에서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 시절 청년들은 변변한 직업이 없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도 성당을 열심히 찾았다. 홍씨가 신앙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 역시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신앙생활이 부유하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교회도 풍요의 혜택을 보게 되면서 경제적 능력을 갖춘 신자들이 교회의 주류를 형성하게 됐다.
성당을 들썩이게 했던 가난한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상황은 가난과 멀어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청년들조차 ‘가난해도 신앙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잃고 가난을 부끄러움이나 죄악처럼 여기는 세태는 한국교회의 현 주소를 대변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홍씨는 “과거와 달리 사목회 회장이나 간부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이들로 꾸려지는 것도 사제를 가난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은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정신이 핵심을 이룬다고 생각한다”며 “하느님의 백성에는 가난한 이와 부유한 이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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