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선배 신부님이 수도원 휴게실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기에 물었습니다.
“신부님, 무슨 내용을 그리 심각하게 읽으셔요?”
그러자 그 신부님은
“어, 신문 보다가 ‘오늘의 운세’가 있기에 그냥 한 번 읽어 봤어. 그래, ‘오늘의 운세’, 형제 것을 한 번 볼까! ○○년생이지, 그러면 무슨 띠라, 어디 보자. 무슨 띠, 몇 년 생. ‘큰 불화가 닥칠 운세라, 조심해라.’ 뭐 그런 내용이네. 오늘 몸조심하고 살란다.”
전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신부님이 그런 것을 읽고 있으니,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신부님, ‘오늘의 운세’를 믿고 보세요?”
“야, 장난이지, 장난! ‘오늘의 운세’는 무슨! 이런 걸 믿느니, 차라리 내가 나를 믿겠다. 세상이 하도 수상해서 신문을 뒤적거리는 중에, 그런 면이 있기에 읽어 본 거야. 그래, 나는 뭐라고 나왔나 보자! ‘동쪽에 귀인을 만날 형상이니’ 참 나 원, 나는 오늘 외출할 일도 없는데, 귀인 만나러 동쪽으로 외출해야 하나. 세상에 누가 귀인이야! 순간순간 만나는 사람 모두가 다 귀인이지, 안 그래! 그런데 형제는 지금 뭐해?”
“아뇨, 연구소 가려다가 잠깐 들린 거예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연구소에 왔고, 그날 오전에 교구 동창 신부님들이 내가 있는 연구소에 필요한 물품을 기증해 주겠다고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네 사람이 함께 필요한 물품을 사러 시장에 갔습니다. 거기 가서 이것저것을 물건을 고르는데 동창 신부님 한 분이 나에게,
“야, 강 신부. 필요한 물건이나 색상, 디자인을 네가 한 번 골라봐!”
그런데 나도 모르게 문득 ‘오늘의 운세’가 생각이 나, 혹시나 분란이 있을까봐,
“아냐, 나는 다 좋아. 뭐든 다 좋아.”
동창 신부님들 표정이 ‘이상하다. 쟤가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하면서,
“야, 너 왜 그래? 한 번 보라니까! 네가 있는 연구소에서 네가 쓸 건데 한 번 골라봐.”
그런데 자꾸 골라보라는 말에,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한 나는,
“아니, 괜찮다니까! 기증하는 사람의 생각과 뜻이 더 중요한 것이잖아. 나는 다 좋아!”
그러나 그날, 물건 하나를 고르는 문제로, 동창 신부님들과 언쟁이 붙을 뻔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날 ‘오늘의 운세’ 그 내용에 메이다가, ‘오늘의 운세’처럼 진짜 싸울 뻔했습니다.
인간으로 살면서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이 뜻대로 되기를 바라지만, 실은 그렇게 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 ‘인간사’라 때로는 괜한 답답함으로 ‘미래 예측’에 마음이 기울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처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어떠한 인간적인 욕구 충족에 마음이 기울어지면, 진정 ‘인간에게 좋은 것만을 주시고자 하시는 하느님’께서 보이지 않는 인생길, 은총 안에서 마련해 놓은 ‘섭리의 삶’과는 분명 역행하게 될 것입니다.
행여나, ‘미래 예측’에 마음이 기울어질 때, ‘나를 진정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의 인생길을 맡기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리 삶, 결국 ‘오늘’에 사로잡힌 삶이 아니라 ‘영원’을 향해 나아가는 미래가 확실한 삶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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