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죄인 줄 알면서도, 저 때문에 사랑하는 형제들과 친지들이 겪어야 하는 경제적·정신적 어려움들을 생각하면서 자살의 유혹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양산부산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박재현(베드로·39·부산교구 양산 물금본당)씨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폐결핵 치료를 받았고 이후 폐 손상으로 집안에서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만 하는 호흡기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병한 박씨는 20년 동안 두 번의 폐 절제술, 각혈, 기흉, 독한 약들을 견뎌야 했고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맞기도 했다. 때로는 조금 좋아지는 듯하다 재발병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그에게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침대는 저의 모든 생활 반경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버텨왔습니다.”
부모님을 여읜 박씨의 가족은 형이 가장 역할을 해왔다. 그의 형은 작은 정비소를 운영하며 부인과 세 명의 자녀, 병석의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보았지만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동생의 병원비는 쌓여만 간다.
“형님이 저를 부양하기 위해 가족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할까봐 겁이 납니다. 이미 집을 담보로 제 병원비에 보태고도 모자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작은 희망이 생겼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폐 이식 수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식 대상자도 나타난 것이다. 박씨와 가족들은 수술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저에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태권도를 좋아했던 저는 성인이 되어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유치원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제 꿈이 너무 컸을까요? 아무리 애를 써도 점점 좁아지는 삶의 반경에 몸도 마음도 침대 크기만큼으로 작아지고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부산교구 병원사목 담당 강지훈 신부는 “박재현씨는 매주 봉성체 때 만나면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맞아주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이라며 “깊은 신심으로 늘 기도하며 성체를 모실 수 있음에 감사하는 그에게 부디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해 기쁜 삶을 살 수 있도록 길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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