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이 선포한 ‘세계 청소년의 날’, 그리고 그 날을 기념하여 전 세계 각 교구별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젊은이 신앙대회. 하나인 교회, 같은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젊은이들의 만남과 연대를 이끌어내고, 이들을 교회의 사명인 복음화의 주역으로 양성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향한 교회 공동체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이 대규모 축제는 매해 세계 청소년의 날(성지주일)마다 이루어지는 교구별 대회뿐만 아니라, 2~3년에 한 번씩 개최되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의 방문으로 특징지어지는 국제적인 젊은이 신앙 대회 즉 ‘세계 청소년 대회’(이 글에서는 WYD로 통칭) 또한 정기적인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세계 청소년의 날’ 제정 선포 이후 첫 번째 성지주일이었던 1986년 3월 2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라는 말씀을 주제로 로마(바티칸)에 모여든 젊은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 ‘제1차 세계 청소년의 날’ 기념 축제가 곧 최초의 WYD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듬해 ‘제2차 세계 청소년의 날’에 맞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방문은 바티칸이 아닌 곳에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모여 가톨릭교회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진정한 ‘국제대회’로서의 WYD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1989년 ‘제4차 세계 청소년의 날’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성 야고보의 순례길’ 종착지로 유명한 가톨릭교회의 오래된 순례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하였고, 이것이 WYD 행사로는 세 번째 자리가 되었다.
개최지의 특성을 반영하듯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는 주제로 치러진 산티아고 대회는 WYD란 단순히 젊음을 표출하는 축제 행사가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함께 걸으며 주님을 만나는 ‘순례의 여정’(pilgrimage)이라는, WYD의 본질을 잘 드러내주는 시간이었다. (실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세계 청소년의 날’ 제정에 영감을 준 1984년 국제 청소년 모임에서 젊은이들에게 큰 나무 십자가를 건네주었으며, 이 십자가는 WYD가 시작된 이후 ‘WYD 십자가’로 불리고 있다. 이 나무 십자가를 함께 지고 걷는 여정 자체가 WYD의 핵심 요소다. WYD 개최국의 젊은이들은 직전 개최국으로부터 이 십자가를 인도받아 직접 그것을 짊어지고 본대회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지역을 순례해야 한다.) 또한 5박6일 일정으로는 처음 치러진 이 산티아고 대회를 통해 WYD의 프로그램도 오늘날과 유사한 형태로 구조화되었는데, WYD 본대회 내용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필수 요소인 ‘교리교육’(Catechesis), 축제의 분위기, 찬양노래, 묵상과 기도가 모두 어우러지는 가운데 주일을 맞이하기 위해 깨어 기다리는 ‘밤샘 기도’(the Prayer Vigil), 그리고 교황이 집전하고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함께 드리는 미사’(Mass with the Youth)가 바로 이때 틀을 잡은 것이다. 이로써 WYD는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청(소)년 행사이자 국제적인 젊은이 신앙 대회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1991년 8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제6차 세계 청소년의 날’을 기념하는 네 번째 WYD 행사를 위해 고국인 폴란드로 향했다. 개최지인 쳉스토호바는 ‘검은 성모’로 유명한 순례지로서, 순례의 여정을 핵심으로 삼는 WYD에 적합한 곳이기도 했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처음으로 동유럽 구 공산권 국가에서 ‘가톨릭 젊은이 신앙대회’가 개최된다는 의의도 컸다. 즉 쳉스토호바 대회는 오랜 냉전 시기를 지나 화해와 일치를 향해 가는 교회의 여정을 전 세계에 드러내면서, 젊은이들이 그 만남과 하나됨의 기쁨을 직접 체험하고 증거하는 사도가 되도록 초대했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조재연 신부는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으로 있으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과 함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