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인 봄 그중 가장 축복받은 5월입니다. 동백, 매화, 목련, 개나리, 진달래와 같은 봄의 전령들이 펼치는 향연에 마음이 설레고 행복해집니다.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5월은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기념일로 이래저래 분주해지기도 합니다. 소중한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정말 뜻 깊고 의미 있는 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군대와 결혼한’ 우리 대한민국 국군장병들에게 5월은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마음처럼 시간을 낼 수 없어 마냥 아쉬운 달이기도 합니다. 야전에서는 훈련, 작전, 출동, 작업, 공사 등과 같은 영외 활동이 이달에 집중되기에 많은 장병들이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5월만 되면, 직업군인들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조국수호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군복 입은 남편과 아빠를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애환이 있습니다. 전후방 각지로 잦은 이사, 반복되는 전학과 교육 문제, 열악한 군인아파트와 낙후된 복지시설 등 군인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특히 근무지가 다른 부부 군인들은 두 집 혹은 세 집 살림을 하면서 이별 아닌 생이별을 하고 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가족과 한 달에 몇 번 상봉하지도 못하는 데다가, 부모님이 보살펴주시는 어린 자녀가 행여나 아플까 노심초사하는 주위의 ‘엄마’ 여군을 볼 때면 제 가슴이 짠해지며 측은한 마음마저 듭니다. 또한 군인 자녀들도 잦은 이사로 변변한 친구를 사귈 시간도 없이 학교를 옮기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군인가족의 이런 고통은 남편과 아버지의 영광스런 소명 뒤에 가려진 슬픈 희생과 양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직업군인들은 항상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옛말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습니다. 군인들이 국가에 충성하려면 가정에도 충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작은 국가인 가정은 큰 가정인 국가와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행복하고 화목한 직업군인 가정은 신뢰와 사랑이 넘치는 군대 공동체의 밑거름이 됩니다.
성모성월 5월을 맞아 국군장병과 군인가족을 위해 자비하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성모님, 사랑의 성모님, 저희가 하느님께 대한 성모 마리아의 순명과 사랑을 본받아 간절히 기도하오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군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국군장병과 그들 곁에서 큰 힘이 돼 주는 군인가족들을 굽어살피시어, 이들이 주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아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화목한 성가정을 이루게 하소서. 아멘!”
오늘은 일찍 퇴근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껴안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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