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산정동본당 ‘목포 선교 100주년·한국 레지오 마리애 기념관’(이하 기념관) 전시물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 최초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다. 비록 매우 작은 유해가 남아 있지만 기념관을 찾는 많은 순례객들은 매우 놀란다. 어떤 신자들은 감동을 받고 유해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산정동성당에 유입된 사연은 이렇다.

이기명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제)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골 현황」에 따르면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1846년 9월 순교지 새남터에서 안성의 미리내로 이장됐고 1901년 5월에 서울 용산 신학교로 다시 이장돼 보관됐다. 한국전쟁으로 경남 밀양으로 옮겨졌다가 1953년에 서울 혜화동 소신학교로 옮겨져 안치됐다. 이후 더 많은 신자들이 가까이에서 현양하고 기도하도록 하기 위해 1960년 7월 5일 유해를 3등분 해서 굵은 뼈들은 대신학교(현 가톨릭대학교)로, 하악골은 미리내로, 치아는 절두산 순교성지로 분리 안치했다. 또 신학교에 안치된 유해들은 더 작게 쪼개져서 사방으로 분배됐다. 서울대교구로부터 유해를 받아 모셔간 본당이나 기관들이 141곳에 달하며 그중 일부는 일본과 미국에까지 보내졌다.

물론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이렇게 조각으로 나누는 것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산정동성당에 모셔온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새 성전 건립(1966년)과 함께 제대 아래 안치됐다가 현재의 기념관으로 옮겨졌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산정동성당에 안치된 이유는 아마도 산정동성당이 천주교 성지라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한국전쟁 당시 교구장 안파트리치오 몬시뇰, 본당 주임 고토마스 신부, 보좌 오요한 신부는 교구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던 중 유엔군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의심을 받고 인민군에게 끌려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다행히 교회사가이신 고 오기선 신부의 끈질긴 노력으로 대전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목포지역을 포함한 여러 곳에서 끌려온 성직자와 지도층 인사들이 대전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감금돼 있다 집단으로 학살당해 우물과 구덩이에 매장됐다는 제보를 들은 오기선 신부는 세 분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신들이 이미 부패하고 전신에 콜타르가 묻혀 있어서 신원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과 제보로 세 신부 역시 같이 피살됐다고 추정한다. 1978년 10월 27일 세 분의 순교를 추모하는 순교비를 산정동성당에 건립했다. 세 신부는 현재 하느님의 종으로 선정돼 시복이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레지오 마리애 도입지로서의 산정동성당이다. 기념관을 건립한 중요 이유 역시 한국 레지오의 초창기 역사를 보여주는 다수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 레지오가 도입된 것은 1953년 5월 31일이다. 당시 광주교구장인 현하롤드 주교와 산정동본당 안토마스 주임신부의 지도로 산정동본당에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과 ‘평화의 모후’ 쁘레시디움 그리고 경동본당에 ‘죄인의 의탁’ 쁘레시디움을 설립했다. 이후 전국의 각 교구와 본당에 확산돼 지금과 같은 대 군단을 이루게 됐으니 신앙의 신비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아일랜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가 한국 선교지로 전남지역과 목포본당(현 산정동본당)을 정해 진출한 이후 이 지역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한국에서 빈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구제 사업을 실시한 현 주교의 노력도 사실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의 지원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현 주교는 신자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신심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일본을 방문한 현 주교는 그곳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복구사업에 전력을 다하던 일본 가톨릭교회가 레지오를 통해 신심을 키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귀국하자마자 우리나라에 레지오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1988년 4월 5일 레지오 마리애 한국 도입 기념비가 산정동성당에 세워졌다.

기념관에는 한국 최초의 주회 장면 사진, 첫 주회에 사용한 벡실리움, 첫 쁘레시디움의 출석부를 비롯한 각종 문서 등 한국 레지오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문의 061-274-1004 목포 산정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