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빠지지 않고 매주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한 번만 빠지더라도 거의 보름 만에 아이들을 만나는 거니까요. 아이들은 알아요. 선생님들이 자기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냉담한 그들의 얼굴이 당신께 대한 관심으로 피어나게 해 주소서’ 교사의 기도 일부에 나오는 이 구절은 교리교사들이 겪는 어려움과 임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신앙심으로 나오는 학생들도 더러 있지만 보통 부모의 뜻을 따라서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성당에 나온다. 그런 학생들에게 ‘선생님’으로 인정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리교사 33년차인 이연하(젬마 갈가니·55·이천본당)씨도 마찬가지다.
“저는 주일학교 아이들과 카톡을 많이 해요. 아이들과의 대화가 어색하지 않도록 그 또래가 사용하는 단어들도 공부하고 있죠. 아이들이 ‘선생님, 그 말을 어떻게 아세요?’하고 신기해 하기도 합니다.”
성당에 갈 때 이씨는 늘 사탕과 같은 군것질거리를 챙긴다. 독서를 한 아이, 성가를 열심히 부른 아이들에게 줄 상이다. 그 상을 핑계로 좀 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가까워지고 싶은 게 선생님의 마음이다.
“제가 하느님을 모르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느님에 대해 알려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성경필사도 했고, 교리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광주대교구와 대구대교구 주보도 연락해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교리교사가 되기 위해 교리공부뿐만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도 따고, 마술과 수화도 공부했다.
“사실 저도 교리교사를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을 거의 매년 했었어요. 그런데 여름신앙학교를 마치고 나면 동료 선생님들이 먼저 저에게 와서 수녀원에 간다거나 직장을 옮겼다는 이유로 그만둬야겠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주님께 ‘부족한 저라도 봉사하겠습니다’하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죠.”
이씨가 계속 교리교사를 할 수 있었던 것에는 가족들 도움도 컸다. 이씨는 남편을 그림자 교사라 말한다. 행사가 있을 때 와서 봉사해주는 것은 물론 종종 동료 교사들 몸보신도 시켜준다. 이씨의 자녀들도 어머니가 교리교사를 하는 것을 적극 밀어준다. 딸의 경우 함께 교리교사를 하기도 했다.
“교리교사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부족한 부분은 늘 주님께서 채워주신다는 것을 느끼고 있죠.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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