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에서 맑은 영성을 느꼈습니다. 이름 없는 우리 선조들이 그린 그림에서 그들의 숨결이 전해지더라고요.”
정미연(소화데레사·서울 세검정본당) 화백이 독일 파사우에 위치한 두루화랑에서 5월 20일부터 두 달 동안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정 화백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해외 첫 진출 무대이자 그의 전문 분야인 서양화나 성화가 아닌 민화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수 년 전 묵주기도성화를 그려 호응을 얻고 현재 서울대교구 주보 표지에 작품을 싣는 등 성화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로서는 도전이었다. 기존의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시의 주제는 ‘영성으로 풀어낸 민화 세계’. 그는 선조들이 그렸던 방식으로 해학적인 호랑이를 형상화했고, 봉황도 오방색으로 표현했다. 또 혼례복의 자수 한 부분을 확대해 족자 위에 옮겨 그렸다. 재질도 완전히 바꿨다. 캔버스에 흙칠하고 그 위에 천연재료를 덧발라서 작업했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공들여서 작품 17점을 탄생시켰다.
“이미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조형 위에 제 것을 조금만 표현해도 작품이 되더라고요. 너무 즐거워서 그리면서도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사실 현대미술이 발달한 독일에서 웬만한 서양화로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남편 박대성(바오로) 화백의 전시를 떠올렸다. ‘한국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박 화백의 작품 앞에서 감동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그는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적인 그림을 보여줘야겠다고 용기를 냈다.
“우리 선조들의 미적 감각은 대단해요. 조형미를 살리면서도 해학을 결코 잃지 않더라고요. 그런 민화의 특징을 체험하면서, 민화풍의 성화를 그리고 싶어졌어요. 그것이 화가로서 제가 풀어야할 마지막 매듭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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