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어느 수도원에 살고 있는 형제를 만날 일이 있어서 그 형제가 사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날따라 왜 그리 일이 많았는지 오전·오후 잠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보다 좀 더 늦은 시간에 그 형제가 사는 수도원에 도착했습니다. 파김치가 되어 찾아온 나를 그 형제는 편안하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 형제 방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꾸만 내 몸이 눕고 싶어졌습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그 형제가 편안히 계시면 좋겠다고 해서, 나는 그만 형제 방에 누워 버렸습니다.
나는 누웠고, 그 형제는 앉은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그 형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형제는 내게 양해를 구한 후 밖에 나가서 전화 통화를 했고, 나는 누운 상태에서 편안하게 있고자 양말을 벗었습니다. 그러다 내 발을 보았습니다. 순간, 며칠 전 피부과 선생님이 무좀이 있다고 바르는 약을 처방해 주셨는데, 그 처방약조차 바르지 않아 발의 표피가 여기저기 벗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심심하던 차에 나는 바로 앉아 발바닥에 벗겨진 표피를 손으로 뗀 후 그것을 버릴 쓰레기통을 찾았습니다. 내 방이 아닌지라, 두리번거리다가, 형제 책상 옆에 자그마한 종이 가방이 있었고, 그 안에 비닐봉지가 구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속으로, ‘포장지를 뜯어서 종이 가방에 넣은 것을 보니, 저거 그냥 버리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는 종이 가방 속에다 발바닥에서 뗀 무좀 껍질을 털어 넣었습니다.
하나씩, 둘씩 떼다보니 그것도 재미가 있어서 형제를 기다리는 동안 발바닥뿐 아니라, 발가락 사이의 무좀 껍질까지 떼다가 종이 가방 안에 털어 넣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오늘 밤부터 무좀약을 꼭 바르리라!’ 그러던 중에 통화가 끝난 형제는 다시 방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하던 대화를 계속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 눈은 자연스럽게 발바닥으로 갔고, 무의식중에 계속 무좀 껍질을 벗겼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종이 가방에 털어 넣는 동작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그 형제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강 신부님, 좀 있다가 이 방을 나갈 때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 해 드릴게요!”
“뭔데, 나중에 말고 지금 해 줘!”
순간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재밌는 이야기를 지금 해 달라고 했더니, 자기 방을 나갈 때 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도 나누고, 그 일들이 이웃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실천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대충 이야기가 끝난 후, 나는 벗었던 양말을 다시 신고, 가방을 챙긴 후, 그 형제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다는 이야기는 뭔데?”
“아, 그거요! 다름 아니라, 저 종이 가방은 내일 어떤 분에게 선물을 담아 주려고 챙겨 둔 거예요. 거기에 강 신부님이 무좀을 계속 담아 두셔서, 히히, 재밌죠? 저도 웃음을 참느라!”
‘에고, 부끄러워라!’ 우리는 함께 웃으면서도 나는 속으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그러면서 별일 아니고, 큰일 아니면 형제애로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다며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 형제의 삶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나의 부끄러운 행동을 끝까지 참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로 격상시켜 준 그 형제가 정말 고마웠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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