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교구 명예기자단과 공동기획으로 매월 ‘수도(修道), 그 거룩한 부르심’을 연재합니다. ‘수도(修道), 그 거룩한 부르심’에서는 우리 곁의 수사·수녀님들이 수도자로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지나온 ‘기도와 노동’의 수도 생활 40년 여정은 하느님께서 저를 지켜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올해 수도회 입회 40주년을 맞은 성영자(마르타·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수녀는 “‘성경대로 생각하고 성경대로 실천하는’ 수도회 영성에 따라 일상생활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증언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이하 수녀회) 용인분원의 영보성당에 인접한 ‘영보농장’. 성 수녀는 이곳 대표로 일곱 명의 수녀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성 수녀의 하루는 새벽 5시10분 기도로 시작한다. 아침 미사를 봉헌하면 오전 8시가 된다. 아침 식사 후에는 농장 일을 한다. 주일을 제외하고 하루 7시간 가량 일한다.
영보농장의 비닐하우스 네댓 채에는 고추·상추·감자 등이 가득하다. 그 주위 밭에는 쪽파·야콘·땅콩·양파 등이 자라고 있고, 6월에는 검은 콩·흰 콩 등을 심을 예정이다.
성 수녀는 40년 전, 12월 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곧바로 과천시 막계동의 수녀회 본원으로 들어가 입회했다.
입회는 이미 2~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었다. 「경향잡지」에서 수녀회의 영성을 접하고 수도회에 자기소개서를 보내 입회 여부를 물었다. 또한 수녀원 방문을 통해 성소의 길을 걷고자 마음 먹었다.
하지만 맏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예닐곱 살 아래인 두 동생들은 너무 어려 상의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수도자 생활은 곧 은총’이라 생각했던 할머니의 적극 지원으로 힘을 얻었다. 마침내 당시 광주본당 주임이었던 고(故) 배영무 신부의 추천을 받아 수녀원에 들어갔다.
수녀원에 들어간 지 10년이 되던 해에 성 수녀는 자신의 목숨이 다하기까지 주님께 봉헌할 것을 서약하는 종신서원을 했다. 2000년부터 9년 동안 멕시코시티 근교의 수녀회 멕시코 분원에서 선교 사도직도 펼쳤다. 성 라자로 마을과 마산·해남·피정의 집·성모영보자애원 등에서도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렇게 사도직에 매진하다보니 어느새 환갑과 진갑을 다 지내고 백발이 성성해졌다.
성 수녀는 “곁길을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주어진 소임만 생각해왔던 그 느낌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며 “앞으로도 주님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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