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빗발치던 엄청난 폭격 중에 나는 완전히 먼지로 뒤덮인 채 땅에 엎드렸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그 순간 나는 영혼 안에서 깊은 고통을 맛보았다. 내가 죽는다면 더 이상 성모송을 바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고통이었다.’
포콜라레 운동의 창시자인 키아라 루빅의 글이다. 폭격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순간에 더 이상 성모송을 바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에 더욱 고통스러웠다는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얼마만큼의 사랑을 가지고 성모송을 바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천사는 마리아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남양성모성지에 있으면 하루 종일 이 인사말 소리를 듣게 된다. 몸이 아픈 사람, 자식에 대한 걱정이 있는 사람, 경제적인 고통이 있는 사람. 어떤 이는 기쁨 가운데, 어떤 이는 슬픔 가운데서…, 모두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묵주알 위에 손을 올려놓으며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드린다.
한 알 한 알의 성모송으로 이어지는 묵주기도 길, 그 길에선 그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한 자매님이 나를 찾아왔다.
“신부님, 저는 신자가 아닙니다. 제 아들이 △△년 △월 △일 화요일에 군에 입대했는데, 그날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여기 성지에 와서 아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사람들이 묵주알을 만지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묵주기도를 바칠 줄 알게 됐고, 성모마리아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화요일마다 이곳에 찾아온 지 벌써 2년이 됐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우연히 신부님께서 기도하시는 것을 들었어요. 그 내용이 모두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꼭 신부님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 묵주를 하나 샀는데, 신자가 아닌 저 같은 사람이 묵주로 기도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천주교 신자도 아니면서 아들이 제대할 때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성지에 찾아와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묵주알을 만지며 걸었다는 그 자매님의 말씀을 들으며 감사하고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매님은 세례를 받고 다시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어머니의 사랑으로 채워주시는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나 또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라는 말로 인사드린다.
이 아름다운 인사말로 시작되는 성모송, 그리고 성모송으로 엮어지는 묵주기도가 성모님의 달 5월에는 더 많이 바쳐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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