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주인공 고(故)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 이야기가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76년을 한결같이 존댓말로 예우하고, 어디든지 손을 꼭 잡고 다니며 사랑을 표현하던 노부부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이혼, 특히 황혼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황혼 이혼 후 우울증을 앓던 60대 노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부간 소통 부재가 얼마나 끔찍한 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다. 이와 대비되는 ‘님아 …’의 노부부 사랑은 오랜 세월 서로를 의지하며 존중하고 배려해온 삶의 결과물이었다.
5월 21일 ‘둘이 하나 되는’ 부부의 날을 앞두고 부부사랑을 결심한 이들을 만났다. 4월 24~26일 2박3일간 경북 칠곡 한티피정의집에서 진행된 대구대교구 매리지 엔카운터(Marriage Encounter, 이 하 ME) 330차 주말 현장에서다. 체험 부부들 증언을 통해 혼인과 부부사랑의 올바른 의미를 되새겨본다.
배우자 속마음 알게 된 계기
김형구·김선미(경북 청도)씨 부부는 누가 보더라도 사이좋은 결혼 30년차 잉꼬부부다. 자녀를 출가시키고, 몇 년 전 주위 부러움 속에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그간 둘만의 작은 의견충돌은 있었지만, 그래도 별 문제 없이 지내왔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게 됐습니다. 속마음을 드러내고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김형구씨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눈물을 훔친다. “아내가 제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그동안은 자식 위한 삶이었지만, 남은 삶은 배우자를 위해 바치겠습니다.”
22년차 김석범·석승애(대구 신매동)씨 부부 역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기회였다고 말한다.
“제 바람대로만 배우자가 따라주기를 요구했습니다.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그치기만 했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기다려주고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늘 배우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할 것입니다.”
김준혁(미카엘·대구 범어본당)·서유미(소화데레사)씨 부부는 신앙생활 속에 원만한 부부관계를 이어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주말을 통해 ‘서로 눈을 바라보고 대화한 적이 언제였나’ 깊게 후회했다. 또 배우자 마음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평상시 대화할 때 서로 각자의 언어를 말한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서로가 나누는 말이 ‘사랑의 언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부부사랑이 성숙한 신앙생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리 부부의 사랑실천이 결국에는 세상에 주님을 알리는 선교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본당신부님들이 ME를 장려해주시고, 또 직접 체험하시면 좋겠습니다.”
변화된 부부의 삶 실천
ME주말 체험 부부들은 하나 같이 그동안의 부부관계를 반성하게 됐다고 말한다. 서로를 표현하지 못해 가슴 깊이 쌓아뒀던 앙금을 깨끗이 씻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라는 부부들.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 변화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8년 전 ME를 체험한 박종환(요셉·포항 장성본당)·이영석(데레사)씨 부부는 하느님 은총 덕분에 부부관계가 더 깊어졌다고 말한다.
“저희 부부는 ME를 통해 하느님을 만납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귀하게 만드셨음을 깨닫고, 하느님의 눈으로 배우자를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부부관계와 신앙이 동시에 변화됐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이 같은 변화를 세상 다른 부부들과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18년째 ME 발표부부로 봉사하는 이유다. 봉사 덕에 부부사랑이 깊어짐은 물론, 자녀들과도 사이가 좋아져 화목한 성가정을 가꾸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받은 만큼 베푼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10월부터는 ME대구협의회 대표부부를 맡으며 성가정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변화된 부부들이 성가정을 이루는 모습에서 뿌듯함과 함께 저희도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계속 다져나갑니다. 부부 사랑은 결심에서 출발하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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