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난해서 배우질 못했어요. 저 같은 사람이 좀 적었으면 좋겠어요.”
5월 6일 수원교구청 주교 접견실.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요안나·90) 할머니가 교구장 이용훈 주교에게 장학기금을 전달하며 말했다. 고아가 되고,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수모를 겪고, 고향인 한국에 돌아와서도 두 동생을 돌보며 평생을 가난 속에 돈을 벌기 위해 애썼던 생애를 회상하던 김 할머니는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됐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가 전달한 기금은 1억 원. 어르신의 전 재산이다. 김 할머니는 그동안 아름다운재단과 소속 본당인 수원교구 퇴촌본당의 가난한 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전해왔다. 많은 기부로 지난해 12월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 18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도 참례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김 할머니는 기도생활에 열심한 신자다. 김 할머니는 지지대 없이는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불편한 중에도 매일 기도하면서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전 재산을 봉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난 부활대축일 김대우 신부(수원교구 퇴촌본당 주임)에게 기금을 전달했다.
김 할머니의 성금을 받은 김 신부는 성금을 교구에 전달하기로 본당 신자들과 뜻을 모았다. 성금에 담긴 김 할머니의 마음이 본당만이 아니라 교구 전체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김 할머니의 성금은 교구 성심장학회 기금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용훈 주교는 김 할머니에게 축복장과 선물을 전달하고 김 할머니를 교구 은인으로 대우하기로 했다. 선종할 때에도 이 주교가 장례미사를 주례하고 장지로 교구 묘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이 주교에게 선물을 받은 김 할머니는 “대단하지도 않은 것으로 큰일을 벌인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감격에 겨워 울먹였다.
이 주교는 “할머니가 전 생애에 걸쳐 모으신 것을 기부하신 것에 감사한다”면서 “주님 대전에 가실 날까지 건강하고 편안히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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