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 범죄로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피해자 가족들의 모임 ‘해밀’에게 가정의 달 5월은 유난히 가슴시린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달이다. 상상하기 힘든 아픔과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해밀 가족들이 지난 5월 9일부터 1박2일간 특별한 만남을 위해 나들이를 떠났다.
이들이 찾은 곳은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 성무대성당. 해밀 가족 10명은 그곳에서 세월호 사건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남윤철(아우구스티노)씨의 부모 남수현(가브리엘)씨와 송경옥(모니카)씨를 만났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당시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영접했던 세월호 유가족 대표와 해밀 가족 대표가 처음 만난 것을 계기로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은 결과였다.
해밀 가족들에게 세월호 사건은 남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가족 잃은 아픔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던 터라 이들 만남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가도 가족 잃은 슬픔을 이야기할 때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해밀 가족들은 지난달 세월호 사건 1주년을 맞으면서 누구보다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는 남씨 부부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어 해밀 가족들도 오랜 시간 아픔을 견디며 지내온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성무대본당 식구들이 마련한 저녁식사에서 해밀 가족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음식을 나누며 서로 견뎌내야 할 아픔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냈다. 또 이 자리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가족’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2006년 11월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김성은 신부) 범죄피해자 가족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해밀’은 매월 1회 자조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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