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중반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중국어(한문) 성경 신구약을 붓글씨로 완필한 백득현(비아·85·인천교구 통진본당)씨. “과거에 한글 성경도 필사했지만 5살 무렵부터 한문을 익혀서인지 한글보다 한문 필사가 익숙하고 편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통진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아 신구약을 완필한 신자 15명 중 유일한 한문 성경 필사자다. 전통 화선지를 구해 어려운 한자가 나오거나 뜻이 통하지 않으면 일일이 옥편을 찾아가며 필사했다. 권수로는 23권, 부피로는 사과 박스 두 상자 분량이다.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품격 있는 서체로 깨알같이 쓴 한문 성경을 자세히 보면 간혹 틀린 글자를 고쳐 쓴 흔적도 보인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의 흔적이기도 하다.
한문 신구약 성경 필사에 3년이 걸렸다는 백씨는 “집중하지 않거나 썼다 안 썼다 하면 글자 모양이 흐트러진다”며 “한 번 붓을 들면 서너 시간씩 필사에만 몰두했다”고 밝혔다. 또 “성경 말씀을 한문으로 읽으면 한글보다 깊이가 느껴지고 붓을 들고 있는 동안 만큼은 하느님과 대화하는 기분이어서 기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고령의 나이에 신구약 전체를, 그것도 한문 성경을 붓글씨로 완필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다.
80대에 들어서 한문 성경을 필사하게 된 이유에 대해 “1남4녀 중 아들은 사제(서울대교구 김대영 신부)로, 장녀와 차녀는 수도자로 키웠고 시동생과 시누이, 조카들도 다 자식처럼 돌보느라 바쁘게 살다보니 다 늙어서야 졸필로 성경을 필사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젊은 시절에 썼더라면 좀 더 잘 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쑥스러워했다.
“성경필사는 하느님 평화가 먼 곳에 있지 않고 지금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한문 성경 필사를 마치니 서운해서 지금은 일본어 성경 필사를 하고 있고 한글 성경 필사도 다시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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