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성모상에 꾸벅 인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묵주를 손에 들고 본당 마당을 돌며 기도를 바치거나, 초를 봉헌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들 모습 역시 익숙하다.
성모성월 좋고도 좋은 시절이다. 기도의 든든한 동반자인 성모님의 모습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성모상을 조각할까.
“성모상은 신자들의 보호자로서 또는 중재자로서, 위로자로서의 느낌이 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굴만 예쁜 성모상이 아니라 예쁜 얼굴 그 이상의 것이 전체적으로 표현되고 느껴져야 완전한 성모상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수원교구는 물론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의정부교구, 인천교구 멀리는 캐나다에서도 엄종환(요셉·56·안양대리구 별양동본당) 조각가의 작품들은 신자들의 기도 생활에 함께 하고 있다.
수원교구청에 있는 평화의 예수님상도 그의 작품이다. 수많은 성모상을 만들었을 엄 작가지만 성모상을 조각할 때는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조각 전에는 늘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가져요. 작업이 끝나고서도 마찬가지로 기도와 묵상을 하죠.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묘사와 설명을 가급적 최소화하고 단순화한 엄 작가의 성모상은 기도하는데 분심이 들지 않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모상을 작가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작품세계의 연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교리에 따라 신자들이 기도하는데 필요한 도구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저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문제예요. 분명한 것은 저는 제가 조각한 성모상을 단순히 제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신자들의 기도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바람과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잘 조화시키고자 기도와 묵상을 계속하고 있죠.”
성모상을 조각하던 중 잊을 수 없는 일화도 있다.
작업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성당에서 조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자매가 뛰어와 작업 중인 성모상을 끌어안았다. 이유를 알아보니 얼마 전 아들을 주님 품으로 보내고, 미사를 봉헌하러 왔다가 멀리서 본 성모상에 마음이 이끌려 왔다고 했다. 임 작가는 조각 중인 성모상이 한 자매가 다른 성당에 기증하기로 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는데 놀랍게도 그 자매가 이날 성모상을 껴안은 사람이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참 놀랍죠. 이 일을 하고 있다는데 감사한 마음도 들고요. 제 자신의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주님께서 주신 달란트만을 도구로 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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