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프라이팬 앞에 섰다. 한 손에는 뒤집개를, 다른 손에는 달걀을 쥐고 선 모습이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모든 장비를 갖추고 신부들이 도전한 종목은 비빔밥에 올라갈 ‘달걀부침’이다. 간단한 요리지만 난생처음으로 해보는 달걀부침에 실수연발이다. 아직 달궈지지 않은 팬에 달걀을 깨 넣고, 식용유를 충분히 두르지 않아 달걀이 들러붙기 일쑤다. 그러나 신부들의 얼굴에는 짜증 대신 행복이 피어난다.
대전교구 교구청 신부들이 5월 16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 도안마을1단지 경로당 앞마당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점심식사를 마련했다. 이날 봉사에는 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총대리 김종수 주교를 비롯해 교구청 신부 17명이 참여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비빔밥. 미리 준비해온 몇 가지 밑재료를 제외하고 오이무침, 우엉조림, 콩나물국 등 반찬과 국은 모두 현장에서 신부들이 직접 만들었다. 신부들은 또 어르신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천막을 설치하고, 배식은 물론 뒷정리까지 도맡았다.
김춘오 신부(사무처장)는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것 같다”면서 “신부님들의 의견을 모아서 앞으로도 함께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보던 봉사자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던 어르신들은 그들이 신부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워하면서도 반갑게 맞아줬다.
용숙자(아녜스·74·유성본당)씨는 “신부님들이 직접 만드셨다고 하니 더 맛있고 축복받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교구청 신부들은 16일에 야유회를 계획했지만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본받아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을 찾아나선 것이다. 특별히 교구 ‘한끼100원나눔운동본부’(전담 유창연 신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나눔밥차’ 봉사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부들은 이날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점심식사에 사용된 모든 비용을 기부하기도 했다.
신부들이 찾아간 도안마을 1단지는 대전 시내에서 새롭게 개발되는 지역으로, 독거노인과 차상위계층 어르신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이날 과일 세척을 담당했던 유흥식 주교는 “봉사는 사제의 본 역할”이라면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그들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신부들 사이에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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