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긍선 신부의 이콘
주님이 무지개 위에 앉아있다. 노아의 홍수 이후 주님께서 인간들에게 약속한 징표다. 주님은 오른손으로는 강복하고, 왼손에는 복음서를 펼쳐 보인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20)
에그 템페라(egg tempera painting, 안료와 계란을 섞어 재료로 씀)로 그린 이콘은 장 신부가 직접 스케치했다. 전체 높이 4m 가량의 대작인데다 6개월 간 여러 모로 애쓴 작품이지만 장 신부는 채색과 금박작업 등에 함께 애써준 평신도들에게 공을 돌린다.
“학교를 위해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지요. 이콘연구소 구성원들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성화 제작비용을 봉헌해주신 사람들도 계세요. 받침대나 틀에 그분들의 흔적을 새겨넣어드릴 예정이에요.”
그가 그린 이콘 하단 중앙에는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배론의 초기 초가집 모습이 있다. 그 좌, 우에는 성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가 서있다. 전통 사제복식인 검은 수단에 모관(Biretta)을 쓴 김 신부는 십자가와 순교자의 상징인 빨마가지를 들었다.
최양업 신부는 미색 도포에 갓을 쓰고 짚신을 신었다. ‘선교’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든 최 신부의 왼손에는 가톨릭기도서의 전신인 「천주성교공과」가 들렸다. 장 신부가 그린 이 성화는 5월 25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에서 열리는 기념미사 가운데 축복된다.
“동서양교회가 분열되기 전 하나였던 교회의 회화양식인 이콘이 이처럼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순교와 선교의 모범이신 김대건 성인과 최양업 신부님의 모습을 보면서 신학생들이 성소와 소명을 상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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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신부의 오라토리오
이상철 신부가 작곡한 오라토리오의 제목은 ‘미션’이다. 40여분 동안 펼쳐지는 이 곡은 총 5악장으로, 악장마다 신학생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오라토리오 1악장 서곡은 신학교 교가다. 신학교의 정신을 대변하고,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보았을 교가를 환상곡으로 편곡했다.
2악장 ‘마지막 편지’는 성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서한에 담긴 사목자의 권고를 말한다. 한국의 첫 번째 사제인 그가 죽음을 앞두고 교우들에게 전하는 가슴을 때리는 말이다.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는 3악장 ‘의탁’에서 이야기를 계속한다. 전국을 돌며 하느님을 알렸던 그가 교우들에게 전한 서한에는 사목자의 고뇌와 갈등, 절망과 희망이 담겨 있다.
오라토리오는 쉼 없이 말을 건넨다. 4악장에는 신학생의 필독서였던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의 저자 고(故) 김정훈 부제의 글을 바탕으로 만든 ‘하느님 그리고 나’가 펼쳐진다. 사제서품을 얼마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그를 비롯한 신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고민과 기대, 순수한 꿈이 나타난다.
오라토리오는 학교를 떠난 이들도 잊지 않았다. 사제의 꿈을 접었지만 신학교에서 함께 어울렸던 이들을 떠올린다. 한때 사제직을 지망했던 생활성가 가수 신상옥씨가 하한주 신부의 시에 붙인 곡 ‘임쓰신 가시관’을 편곡해 부르심의 의미를 되새긴다. 전체 오라토리오 순간마다 주제에 맞갖은 국악과 양악으로 독특한 음색도 부여했다.
“신학생의 삶에 담긴 내면의 갈등과 고민, 꿈 등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제가 겪고 걸어온 길이었기에 조금 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개교 160주년을 맞아 이러한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라토리오는 1부 못자리의 향기, 2부 교회음악의 향기 등과 함께 5월 22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연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