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경직될수록 중요한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야말로 가장 절실한 마음의 표현이며, 신자들이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봉헌입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는 분단 70주년을 맞아 교회 최우선 과제로 서슴없이 기도를 꼽았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북녘 동포들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그 시작이 곧 기도라는 것이다.
“북한의 형제·자매들과 화해하지 못했던 우리 잘못, 그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무관심했던 우리 잘못을 뉘우쳐야 합니다. 또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인 ‘남남갈등’에 대해서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회심의 기도도 포함됩니다.”
이 주교는 남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도 강조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실제로 교회를 안식처로 여겨야 남한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북한에 퍼진다는 설명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 신자들 무관심이 큰 문제입니다. 특히 통일에 대한 청소년들의 무관심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무관심을 극복하는 방법이 기도운동입니다.”
이 주교는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이어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해 지난 5월 6일 휴전선 지척에 세워진 ‘파티마 평화의 성당’ 중요성을 역설했다.
“기도하는 신자들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모든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2013년 6월 1일부터 한 달간 각 교구별로 북한 복음화 등을 지향으로 고리기도를 전개한 바 있지만, 한국교회 전 신자를 대상으로 함께 기도운동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주교는 기도운동이 무엇보다 “쉽고 단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군종교구장을 맡았던 당시, 육·해·공군 군종신부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신자들을 위해 일제히 강복을 빌어준 적이 있습니다. 신자들은 운전 중이든, 친교를 나누는 도중이든 오후 9시가 되면 본인을 위해 기도하는 사제를 기억하며 성호를 그었습니다. 오후 9시 주모경 봉헌은 거기서 착안한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남북 경색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주교는 참된 평화를 위한 교회의 길을 제시했다.
“북한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는 우리가 한 식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을 판단하기보다는 형제애를 나눠야 합니다. 그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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