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해방신학의 상징적 존재이자 가난한 이들의 대변자였던 엘살바도르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전 산살바도르대교구장, 1917~1980)가 5월 23일 산살바도르 ‘세계의 구원자 광장’에서 시복됐다. 산살바도르는 로메로 대주교가 사목하던 교구이면서 괴한의 총을 맞고 숨진 장소이기도 하다.
시복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리해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이 주례했다. 교황은 산살바도르대교구장 호세 루이스 에스코바르 대주교에게 서한을 보내 “하느님이 당신의 이름으로 모세를 택해 하느님의 백성을 이끌도록 했던 것처럼, 순교자 로메로 대주교에게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로메로 대주교가 고통받는 이들의 길을 밝히고 안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로메로 대주교는 우리를 생명과 조화를 존중하고 폭력과 증오를 거부하며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한 사랑을 살도록 초대한다”며 “그의 삶과 순교를 통해 우리는 이기심을 극복하고 냉혹한 불평등을 세상에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전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로메로 대주교를 신앙의 친구와 보호자, 중재자로 기억하고 그를 존경하는 이들은 인간이 보다 평등하고 존귀하게 대접받는 하느님의 왕국을 건설하는 데 힘과 용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복식을 주례한 아마토 추기경은 강론에서 “복자 로메로 대주교는 아메리카 대륙 교회의 빛나는 별로서 그를 박해했던 사람들은 죽거나 자취를 알 수 없지만 로메로 대주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안에 여전히 살아 있다”고 밝혔다. 아마토 추기경은 로메로 대주교를 “분열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라고 평가하며 강론 중 여러 차례에 걸쳐 엘살바도르 국민들에게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와 폭력의 종식을 호소했다.
한편 국제카리타스는 5월 12~17일 로마에서 개최한 총회에서 로메로 대주교를 국제카리타스의 공동 수호자로 선포했다.
국제카리타스는 로메로 대주교를 수호자로 선포한 이유에 대해 “엘살바도르에서 군사정권에 맞서 빈민과 소외된 이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순교자로서 자신의 목숨까지 내주었다”고 설명했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