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육군사관학교에는 개교 69주년과 안중근 토마스 의사 순국 105주년을 맞아 ‘안중근 장군’ 동상 제막식이 있었습니다. 화창한 봄 햇살 아래 생도들의 배움터인 충무관 앞에서 거행된 행사를 통해, 육사인 모두는 구국의 영웅인 ‘군인 안중근’을 추모하고 안 장군의 애국심과 군인정신을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안 장군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렸습니다. 그의 의거는 개인적 차원의 보복이나 단순한 살인이 아닌 ‘국가 독립’과 ‘공동선 실현’을 위한 거국적이고도 정당한 행위였습니다. 다시 말해 그의 응징은 대한 독립을 훼손하고 동양평화를 위협한 흉적을 처단해 국권침탈의 슬픔에 빠진 우리 민족의 자존과 독립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민족 영웅 안중근을 ‘의사(義士)’와 더불어 ‘장군(將軍)’으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는 불타는 애국심으로 간도에서 침략군인 일본군대와 맞서 싸운 의병 사령관이었습니다. 그는 거사 후 일본경찰로부터 심문을 받을 때 ‘대한제국 의군 참모중장’임을 밝히며, “군인이 적의 장수를 쏴 죽이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또한 안 장군은 사형장으로 끌려갈 때 일본인 간수에게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란 유묵을 남길 정도로 시공을 초월하는 군인의 표상이었습니다.
군인의 사표인 안 장군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했습니다. 신자 ‘안중근 토마스’는 깊은 영성과 의연한 인격을 지닌 신앙인이었고, 치열한 삶을 통해 겨레 사랑과 국가 정의 실현을 온몸으로 증거했습니다. 그는 천주교의 가르침으로 애국계몽운동과 의병항쟁을 이끌었고, 마침내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우국충정을 행동으로 옮긴 참다운 신앙인이었습니다. 투철한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흔연히 자신을 내던진 안 장군의 숭고하고 거룩한 희생정신은 우리 민족에게 민족 해방과 국가 독립의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온몸으로 체현한 안 장군의 삶과 신앙은 많은 천주교 장병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며,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결의에 찬 표정으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안중근 장군 동상을 바라봅니다. 가톨릭 신앙과 뜨거운 애국심이 조화롭게 발현된 안 장군의 군인정신이 호국간성의 요람인 이곳 화랑대에 영원히 머물길 바랍니다. 그리고 생도들은 이곳에서 대한의 혼으로 부활한 그의 숭엄한 나라사랑 정신을 본받아, 이를 몸소 실천하길 희망합니다.
푸른 야전에서 ‘안중근 정신’을 널리 알리고, 그의 평화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줄 청년 사관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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