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하는 종교인들이 많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사형수들을 직접 만나신 종교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 상황에 대한 감(感)이 잡힙니다.”
5월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스위스 대사관 회의실. 니콜 뷔어쉬(Nicole Wyrsch) 스위스 외무부 인권특임대사는 한국 종교인들로부터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대한 설명을 전해 듣고 적극적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
스위스는 오는 2025년까지 지구상에서 사형제도를 퇴출시키겠다는 구상 아래 인권특임대사를 임명해 각국의 사형제도 폐지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6년 경력의 외교관 출신인 니콜 대사는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스위스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사형제도 폐지는 유럽에서만 유효한 제도가 아닙니다. 스위스는 유럽 국가들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 등 여러 나라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가 폐지될 수 있도록 말이죠.”
니콜 대사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사형제도 폐지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현 정부가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지만,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정치인들도 있기 때문에 희망을 버릴 수 없습니다.”
사형제도를 존치시킨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든다는 통계가 없다고 강조한 니콜 대사는 범죄 억제를 위한 요인들도 언급했다.
“폭력 때문에 사형제도를 존치해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범죄 억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조직 스스로 부패가 없어야 하며, 법무부가 투명해야 합니다. 사형제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니콜 대사는 또 정치인과 법조인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현실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하려면 국회입법이나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만일 올 가을 한국 국회에서 사형제도 폐지법이 통과되면 스위스 국회의원과 함께 한국을 다시 방문할까도 고려 중입니다.”
스위스는 1942년 일반범죄에 대해, 1992년 군사범죄에 대해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한국은 지난 15대 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총 7건의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매번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한국교회는 지난 2월 사형폐지 염원이 담긴 8만5637인의 서명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