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 글쎄요…?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민이 : 하하. 당황하지 마세요, 책을 찾아보다가 요헨 클레퍼라는 독일 작가가 한 말을 보게 됐어요. 세라 자매님 보여 드리려고 적어왔지요.
“전례력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입니다. 하느님은 전례력을 인정하셨고, 그것을 매년 허락하시며 매년 처음 맞이하는 것처럼 언제나 새로운 빛으로 선물하십니다.”
주땡 : 우와, 민이 형제님. 공부 많이 해 오셨네요. 지난 시간에 전례력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오늘도 그 내용을 이어가 볼까요? 성월 등에 대해선 얘기하지 못한 것 같은데요.
세라 : 네, 신부님. 그러고 보면 성월 관련 행사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주땡 : 그렇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성인들에게 봉헌해 특별한 전구와 은혜를 청하고 신자들이 그 모범을 따르도록 ‘성월’을 지정했어요. 3월 성요셉성월, 5월 성모성월, 6월 예수성심성월, 9월 순교자성월, 10월 묵주기도성월, 11월 위령성월 등이죠. 정해진 성월에는 한 달 동안 특별한 지향을 갖고 그 성월에 맞는 기도와 신심행사 등을 마련하고 있죠.
(삽화 김요한 신부)
민이 : 신부님, 그럼 축일도 전례력에 포함되는 건가요?
주땡 : 그럼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예수 부활 대축일, 성모승천 대축일, 예수 성탄 대축일 등 4대 축일을 포함한 대축일과 성인들의 축일 등이 모두 전례력 안에 포함되지요.
세라 : 어휴…, 그럼 기념해야 할 날이 엄청나게 많은 거네요.
주땡 : 부담을 갖기보다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면 어떨까요? 전례력 덕분에 우리는 성인들과 동시대를 살아갈 수 있고, 무엇보다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민이 :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아간다고요?
주땡 : 네, 형제님. 우리는 매년 생일을 축하하며 태어난 날을 기념하고 그 기쁨을 현재화시키죠. 그처럼 성인들 축일이나 예수님과 관련된 날 등을 지금 현재화시켜 살아가는 거예요. “우리는 예수님과 동시대인이 될 수도 있고,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철학자도 있어요. 전례력에 따라 살고 전례를 거행하면서 주님에게 우리 삶의 자리를 내어드릴 때, 예수님과 동시대인이 된 듯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죠. 상상만으로도 매일이 즐거워지지 않나요?
세라 : 전례력에 따라 매일의 삶을 보내야 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아요.
민이 : 신부님, 전례력에 따라 1년을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시간에 맞춰 기도하며 하루를 보내는 수도자들이 떠올랐어요. 수도자들의 기도도 정해진 규칙이 있는 건가요?
주땡 : 그럼요, 형제님. 그것을 ‘시간 전례’라고 불러요. 하루 일곱 번, 독서기도·아침기도·삼시경·육시경·구시경·저녁기도·끝기도를 시간에 맞춰 시편 등 성경 본문들로 구성된 기도문을 바칩니다. 이것을 ‘성무일도’라고 해요. 수도자뿐 아니라 성직자, 그리고 수많은 신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기도하고 있답니다.
세라 : 주님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