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태어난 아르헨티나의 한인공동체도 5월 29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기념일’을 축하했다.
그 기념미사 가운데 정진영(레지나・재아 한국순교성인본당) 작가의 124위 복자화가 산마르틴교구 문한림 주교의 주례로 축복됐다. 그림 속 ‘웃는 얼굴’을 한 복자들은 모두 열린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한다. 작가의 마음만큼이나 따뜻한 색감의 그림이다.
“1988년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와서 94년 한국으로 돌아가 몇 년을 살다가 다시 97년에 이민을 왔어요. 그때부터 포기했던 화가의 길을 걸었지요. 평범한 신자인 제가 그림을 그리는 탈렌트 하나로 이런 기회가 주어져 너무나 감사할 뿐이에요.”
2014년 루한대성당에 103위 성화를 봉헌하기도 했던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시복식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124위 복자화를 그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인터넷으로 복자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수집해 자료를 만드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124위 명단 순서대로가 아닌 가족단위, 신앙전달과정, 순교지 등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스케치해나갔다.
“캔버스 앞에 앉아 기도하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어요. 황량한 사막 위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6개월을 작업실에서 살면서 묵주기도 음반을 틀어놓고 귀로 기도했지요. 그러자 한 분, 한 분 모습을 드러내시더라고요.”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며 한 복자를 만날 때마나 눈물을 흘렸다. 몸이 쇠약해져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 마리오 아우렐리오 폴리 추기경, 문한림 주교 등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서 그는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을 통해 작가 스스로가 치유를 얻었으니 제목으로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니(말라키 3,20)’의 구절을 붙이기로 했다.
“작품과정에서 만나 뵌 복자들의 삶은 처음부터 특별하지는 않았어요. 평범하고, 가난한 오늘날 우리들의 다양한 모습들과 비슷했지요. 단지 복자들은 하느님 현존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믿음 하나로 증거의 삶을 사신 것이에요.”
그는 자신을 포함해 아르헨티나 한인공동체가 124위 시복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순교자들을 시복했다는 것은 소수이민자인 교포들에게 희망이자 힘과 용기가 됐다.
그는 기념미사에서 프랑스 세실협회(대표 김혜영 데레사)가 제작한 축하곡 ‘주님께 모든 것을 맡깁니다’도 정안나 소프라노와 함께 노래했다. ‘그림’과 ‘노래’라는 두 가지 언어로 124위 복자들을 오롯이 기념한 것이다. 그는 이제 복자들이 시성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모든 것에는 하느님의 뜻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 확신을 한국 신자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또 124위 복자 가운데 주문모 신부님처럼 한국 사제와 수도자들이 세계의 가난하고 박해받는 여러 나라에 서 복음을 전파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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