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 / 윤선경(수산나)
“사진 속 사람들 표정엔 하나같이 교황님 만난 기쁨 넘쳐”
교황님 타신 차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카메라를 들고 내려간 경기장 난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가며 몸을, 카메라를 밀어 넣었다. 문득 내 카메라만큼 저분들의 휴대전화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황님 모습을 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고, 이런 순간은 정말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이상 몸싸움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로 최소한의 간격을 유지하며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키고 교황님께서 다가오시기만을 기다렸다. 렌즈에 옆 사람의 휴대전화 쥔 손들이 들어 왔다. ‘제발… 가리지 말아 주세요.’ 속으로 기도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기다렸다. 오시기 전, 바로 앞, 지나치는 순간, 셔터를 눌러 세 장을 찍었다. 차와 함께 뛰어 오는 경호원들의 긴박한 숨소리마저 들리는 듯 했고, 경기장 아래에서 교황님을 보려는 교우들의 손짓 몸짓, 열기가 뜨겁게 피부에 와 닿았다.
그날 많은 사진을 찍었다. 본당 교우들, 가족, 친구, 옆모습, 뒷모습…. 표정은 모두가 같았다. 그건 교황님을 만나는 기쁨이었다.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 앞. “교황님 타신 차”라는 주위의 웅성거림, 창문이 열리며 교황님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셨다. 정작 나는 바로 앞 그 모습을 카메라에도, 눈에도 담지 못했다. 허둥지둥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느라…. 아쉬웠던 그날의 소소한 풍경도 지금은 정겹다.
사진 찍는 것이 좋아서 즐겁게 했던 지난 몇 년간 봉사에 값진 선물을 주셨다.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셨던 본당 교우들. 잘 찍는다고 격려해 주시고, 사진을 좋아해 주셨던 많은 분들이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 최우수상 / 박정우(이냐시오)
“무덤덤한 나에게 감동으로… 새로운 기도지향 생겨”
나는 감정이 메마르고, 외부 자극에 대한 심리적 반응도 몹시 느리다.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도문’을 미사 전 기도로 달달 암송하면서도 행사의 잔치분위기는 행사장 규모의 거대함을 직접 보고 나서야 필(feel)을 받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도 그러했다. 시복식 행사에 여든 넘은 어머님 건강을 생각해서 참석 신청을 하지 않았으니, 무딘 감정 덕에 효자난거다. 반면, 어부인 자매님은 촉이 빠르고 집중력이 대단하다. “저기… 시복식에 가야…지?” 한마디 뒤에 이미 출발시간과 교통수단, 해미읍성 행사 참석 스케줄까지 전략이 마련돼 있음을 알린다.
시복식 당일, 지하철 서울역에서 내려서 광화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한 시간이나 여유를 두고 왔건만, 서울역부터 인산인해다.
이제사 교황님 방한 필이 온다. 곳곳이 차단이라 어렵사리 덕수궁까지 갔지만 광화문 방향으로 더 이상의 전진은 불가능하다. 무모한 전진보다는 코리아나호텔 2층 커피숍을 택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지배인의 저지선을 뚫고 커피숍 테라스로 진출해서 교황님을 뵐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교황님과 마주보고 인사했다.
1년이 흘렀다. 업무미팅 중에 전화를 받았다. “가톨릭신문사입니다. 교황님 방한 사진공모전 수상을 알려드립니다.”
나는 필을 늦게 받는다. 이번 또한 그러하다. 당분간 기도지향이 생겼다. “주님! 형언할 수 없는 신앙의 감동을 많이 느끼게 해 주시고, 실시간으로 표현하는 은총을 주소서.”
나무토막 같은 무딤을 계속하고 있는 나에게 언제 어떤 일로 “출동! 그랜다이저!”하는 어부인의 한마디가 전해 올지 기대되는 건 사진전 수상의 덤이다.
■ 우수상 / 박건영(대건 안드레아)
“하나된 모습에서 은총받아”
“교황님이다!!” 작년 8월 17일. 해미성지 한 건물 위에서 파수꾼처럼 교황님 첫 모습을 알리는 한 자매님의 외침으로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곳의 모든 이들은 입을 모아 “Viva Papa!”(교황님 만세!)를 외쳤다. 캐논 5D mark II, 75-300mm 셔터에 검지를 옮겼고 교황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처음 그 자리에 갈 때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환호하며 교황님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큰 은총을 받는 느낌이었다.
모든 이가 한마음이 되어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신 그분과 만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너무 기쁘고 따뜻한 순간이었다.
이번 기회로 더 좋은 사진 찍을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 감사한다.
■ 우수상 / 정금원(스콜라스티카)
“시복식 후 깊은 울림 느껴”
그날, 뜨거운 환호 속에 한국 가톨릭교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순교자 124위 시복이 프란치스코 교황님 집전으로 선포되었다. 수십만 신자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뜨기 시작할 때 무언가 모를 아쉬움에 광화문 앞 텅 빈 제단으로 향했다.
제단 옆 화려하게 펼쳐진 시복 124위 복자화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 주님의 빛으로 신앙 선조들과 그 후손들이 어우러져 함께 이 순간을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두 분 자매님들의 환한 미소를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그날의 울림과 환희가 느껴지는 듯하다. 기꺼이 사진모델이 되어주신 두 분 자매님과 미흡한 사진이지만 우수상으로 선정해준 ‘가톨릭신문 교황 방한 사진 공모전’ 심사위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우수상 / 황준호(자선 토마스)
“사랑이신 그리스도 따를 것”
교황님 모습을 통해 내면의 작은 울림이 있었는데 그 울림을 오래 간직하고자 촬영하게 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방한 중 “가난한 이들이 복음의 중심에 있고, 또한 복음의 시작과 끝에도 가난한 이들이 있다”고 말씀하시며 이 시대 가난한 이들이라 할 수 있는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내미신 따스한 손길과 어린이들을 바라보시던 눈빛을 통해 복음과 삶이 일치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셨다.
이러한 모습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 방한 중 우리에게 전해주신 그리스도의 향기를 잘 간직하고 특별히 시복미사 안에서 느낄 수 있었던 한국 순교자들의 승리, 곧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분들 증언을 본받아 사랑 그 자체이신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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