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생명이 있기 때문에 죽음도 있는 것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대면하면서 죽음을 생각해야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구체적인 삶의 장에서 깊이 있게 연구해 온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구인회(마리아요셉) 교수는 “죽음이 없다면 삶이 지루할 수 있고 지금 우리가 하는 일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논문 주제로 ‘장기이식에서의 윤리적 문제’를 다루면서, 뇌사자의 장기이식과 관련해서 죽음의 정의 문제를 고심해 온 인물이다.
최근 구 교수는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한길사/1만8000원)을 펴냈다.
그는 저서를 통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알려준다. 또한 죽음과 불멸성에 대해, 현대사상에서 다루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 서술했다.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시대마다 달랐다. 헬레니즘에는 죽음이 친구이자 적이면서 사소한 것인 동시에 굉장한 것이었다. 17세기에는 죽음에 대해 망각하는 특징들을 소개했다.
“죽음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완화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철학자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체험한 후 승화 과정을 통해 생사관을 정립하고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아우구스티노 성인, 마르셀 등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죽음의 고통을 경험했다. 아우구스티노는 유년기 친구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깨우쳤다. 아우구스티노는 세상의 무상함과 허무함에 직면하여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는 것이 최후 심판을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마르셀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은 비록 죽었을지라도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현존한다고 정의했다.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철학자들의 노력은 죽음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준다. 죽음을 직면한 사람은 자신이 집착하고 귀중하게 여기던 모든 소유물이나 세속적 가치들이 무의미해짐을 깨닫게 됨을 알려준다.
“죽음에 대한 성찰은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죽음을 보는 관점에 따라 삶의 태도는 바뀌는 것입니다. 인생 계획을 세우고 지금 살아가는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삶에 대한 성찰입니다.”
구 교수는 “지금 스스로가 처한 현실을 충실하게 살면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삶에서 가장 값진 일을 위해 충실하게 산다면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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